영화감독 신상옥씨 별세

  • 입력 2006년 4월 12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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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 신상옥 감독의 빈소에서 12일 문상객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신원건기자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 신상옥 감독의 빈소에서 12일 문상객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신원건기자
전후 혼란기에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영화를 발표하며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왔던 영화감독 신상옥(사진) 씨가 11일 오후 11시 39분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0세.

신 씨는 2년 전 간이식 수술을 받은 뒤 통원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건강이 악화돼 보름 전부터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날 타계했다고 유족 측은 밝혔다.

그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 60년대 수많은 명작으로 한국 영화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926년 10월 18일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신 씨는 서울 경성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45년 일본 도쿄 미술전문학교를 졸업했고 이듬해 고려영화협회 미술감독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는 1951년 영화예술협회를 설립한 뒤 1952년 영화 '악야(惡夜)'로 영화감독으로서 발을 내디뎠다.

1953년 영화배우 최은희 씨와 결혼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1963년 안양촬영소를 인수해 1966년 당시 한국 최대의 영화사였던 '신필름'을 세워 1970년까지 운영했다.

1978년에는 동남아와 미국, 유럽 등에서 한국 영화의 홍보활동을 하던 중 아내 최은희 씨가 납북됐고, 6개월 뒤 신씨도 납북돼 북한에서 신필름영화촬영소 총장을 맡기도 했다. 북한 체류 당시 그는 '소금', '불가사리' 등 영화를 만들었다.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 신상옥 감독의 빈소에서 12일 부인 최은희씨가 눈물을 훔치며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기자

1986년 3월 13일 최은희 씨와 함께 극적으로 북한을 탈출한 신씨는 미국에 체류하다 2000년 한국에 돌아왔다.

19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냈고, 2000년 한국에 돌아온 뒤 고령에도 불구하고 영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대표작으로는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상록수' '연산군' '빨간 마후라' 등이 꼽힌다. '성춘향'은 1961년 개봉 당시 기록적인 흥행 성공을 거두었고, 그 해 만든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소개되기도 했다.

유작은 2002년 제작한 '겨울 이야기'. 신구가 주연을 맡고 치매 노인을 다뤘으나 아직 일반에 소개되지 않은 미개봉작으로 남아 있다. 또 그해 뮤지컬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연출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최은희 씨와 정균(영화감독)·상균(미국 거주)·명희·승리 씨 등 2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영결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발인은 15일 오전. 장지는 안성 천주교 묘지. 02-2072-2091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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