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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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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 드리겠습니다
씀바귀가 자라면 입맛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비 내리는 밤이면
발정 난 고양이를 담장 위에
덤으로 얹어드리겠습니다
아기들을 산모 자궁까지 직접
배달해드리겠습니다
자신이 타인처럼 느껴진다면
언제든지 상품권으로
교환해드리겠습니다
꽁치를 구우면 꽁치 타는 냄새를
노을이 물들면 망둥이가
뛰노는 안면도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돌아가신 이들의 혼백은
가나다 순으로 잘 정돈해 두겠습니다
가을이 오면
제비들을 데리러 오겠습니다
쌀쌀해지면
코감기를 빌려드리겠습니다
―시집 ‘토종닭 연구소’(문학과지성사) 중에서》
보내 주신 제비들 잘 받았습니다. 어깨에 태엽이 감긴 플라스틱 제비들이더군요. 씀바귀 한 단도 잘 받았어요. 농약 냄새가 물씬 풍겨서 아직 무치지 못했지만요. 발정 난 고양이 울음도 잘 받았지요. 곧 구청에서 잡아갔지만요. 오랜 실직으로 머리가 센 저를 상품권으로 바꿔주신다니 아내와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아쉬운 큰아이 구두 한 켤레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혼백마저 가나다 순으로 정돈해 주신다니 기제사 때 얼마나 간편하겠어요. 그런데 봄이면 제비가 날고 씀바귀 꽃 피고 고양이가 우는 것은 천 년째 무상인 하늘의 섭리건만 이 모든 것을 퀵 서비스로 배달해 주고 수수료를 챙겨가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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