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鄭진석 추기경을 환영한다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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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정진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신임 추기경에 임명했다. 한국 천주교계의 큰 경사다. 정 추기경은 1969년 임명된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 추기경이다. 그는 임명 소감을 통해 “한국 천주교뿐 아니라 국민의 성원이 커서 추기경의 영광이 주어졌다”며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추기경 임명에 크게 참작된 것 같다”고 밝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한국 천주교회에 각별한 관심과 호의를 표시해 왔다. 그는 ‘이 땅의 소금’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외국 선교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생적으로 포교가 이뤄진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며 한국 천주교에 깊은 사랑을 보였다. 1974년 신자 1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30년 만에 4배가 넘는 450만 명의 교세(敎勢)로 급성장한 한국 천주교계는 전부터 복수(複數) 추기경의 탄생을 기다려 왔다. 정 추기경 임명은 한국 천주교의 이 같은 위상을 반영한 것이다.

가톨릭에서 추기경은 교황 다음의 최고 성직자로서 추기경 회의를 통해 천주교회의 중대한 의사 결정을 한다. 교황을 선출하는 권한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새 교황도 추기경 중에서 선출된다. 올해 75세인 정 추기경은 80세를 넘어 교황 선출권이 없는 김 추기경과는 달리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함께 갖는 세계 120여 명의 추기경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정 추기경은 온화한 인품에 학문적 열정을 지녀 신자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 왔다. 그는 최근 학교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평준화 교육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서울대교구장과 함께 북한의 평양교구장서리를 겸해 북한지역 선교와 인권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공산권 선교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어 이와 관련한 정 추기경의 역할이 주목된다.

김 추기경은 오랜 세월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존경과 지지를 받으며 국가와 국민이 나아갈 길을 밝혀 왔다. 김 추기경과 함께 정 추기경도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고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의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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