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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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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1일 영면한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인생에 있어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것은 언제일까. 1933년 영국 런던 피카딜리서커스역에서 영국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의 상행 방향을 타고 올라가다 하행 방향을 타고 내려가던 훗날 그의 아내 도리스 여사를 만난 순간이었다.
“서로 미친 듯이 손을 흔들어댔다. 나는 다 올라가서는 내려가는 쪽으로 갈아타고 그녀는 다 내려가서는 올라가는 쪽으로 갈아탔다. 그렇게 하기를 네 번 정도 반복한 후에야 우리는 겨우 마주할 수 있었다.”
지난해 2월부터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기고한 27회분의 글과 그를 인터뷰한 기자의 해설로 구성된, 그래서 그의 저작으로는 마지막을 장식한 이 책에는 경영학자로서의 드러커가 아니라 한 세기를 살다간 그의 인간적 면모가 가득하다.
1909년생인 그의 생애를 읽는 것은 20세기 서양사를 읽는 것과 같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무역장관을 아버지로 둔 그는 어릴 적부터 기업가의 혁신을 주창하고 나선 조지프 슘페터, 경제사가 칼 폴라니, 경제철학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크문트 프로이트와 교유했다. 또 17세에 활기를 잃은 제국을 탈출해 독일로 가서는 기자로 아돌프 히틀러와 요제프 괴벨스를 직접 취재했고, 히틀러가 집권하자 모든 것을 버리고 영국으로 가서는 당시 경제학계 최대 스타였던 존 케인스의 강의를 듣고, 미국에서 잡지 왕 헨리 루스에게서 타임과 포천의 편집장 제의를 받고, GM의 경영혁신을 가져온 앨프리드 슬론의 제의에 의해 미국 대기업의 속살을 속속들이 살펴보는 첫 학자가 된다.
한마디로 그의 생애에는 온갖 유명 인사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뭔가가 숨어 있다. 그가 자신을 경영학자가 아니라 저술가로 생각했다는 대목과 ‘가르칠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그의 말 속에서 경영학의 스승이 아니라 인생의 스승으로서 드러커의 ‘숨겨진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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