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비디오 아티스트…백남준씨 美서 별세

  • 입력 2006년 1월 3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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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타계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씨. 동아일보 자료 사진
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타계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씨. 동아일보 자료 사진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이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白南準) 씨가 29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

고인은 이날 오후 8시경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 있는 자택에서 부인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 씨와 간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백 씨의 조카이자 매니저인 켄 백 하쿠다 씨는 “10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해 온 삼촌은 최근 건강이 많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백 씨는 1996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해 왔고 10일 전쯤 다리 수술을 받았다고 하쿠다 씨는 전했다. 그는 이어 “삼촌은 최근까지도 한국 여성을 소재로 하는 작품활동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전자예술의 미켈란젤로’라고도 불리는 백 씨는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비디오 아티스트 외에도 멀티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행위예술가, 작곡가로도 활동하면서 20세기 문화의 지평을 한 단계 높인 인물로 국제사회에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난 백 씨는 일본 도쿄(東京)대와 독일에서 공부한 뒤 유럽과 미국에서 실험적인 예술활동을 했다. 특히 1963년 독일에서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텔레비전’을 열어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백 씨는 뇌중풍으로 쓰러져 몸의 왼쪽 신경이 마비된 뒤에도 창작을 계속 했으며 2004년 10월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9·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메타 9·11’을 직접 공연했다.

1977년 결혼한 일본 출신 부인 시게코 씨 역시 비디오 예술가이며 둘 사이에 자녀는 없다.

백 씨의 시신은 30일 마이애미에서 뉴욕으로 옮겨진 뒤 뉴욕 맨해튼의 프랭크캠벨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아직 장례식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2월 3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을 한 뒤 그의 유해 일부는 한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평소 고인은 “한국에 묻히고 싶다”고 밝혀왔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고미석 기자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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