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이날 오후 8시경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 있는 자택에서 부인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 씨와 간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백 씨의 조카이자 매니저인 켄 백 하쿠다 씨는 “10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해 온 삼촌은 최근 건강이 많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백 씨는 1996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해 왔고 10일 전쯤 다리 수술을 받았다고 하쿠다 씨는 전했다. 그는 이어 “삼촌은 최근까지도 한국 여성을 소재로 하는 작품활동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전자예술의 미켈란젤로’라고도 불리는 백 씨는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비디오 아티스트 외에도 멀티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행위예술가, 작곡가로도 활동하면서 20세기 문화의 지평을 한 단계 높인 인물로 국제사회에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난 백 씨는 일본 도쿄(東京)대와 독일에서 공부한 뒤 유럽과 미국에서 실험적인 예술활동을 했다. 특히 1963년 독일에서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텔레비전’을 열어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백 씨는 뇌중풍으로 쓰러져 몸의 왼쪽 신경이 마비된 뒤에도 창작을 계속 했으며 2004년 10월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9·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메타 9·11’을 직접 공연했다.
1977년 결혼한 일본 출신 부인 시게코 씨 역시 비디오 예술가이며 둘 사이에 자녀는 없다.
백 씨의 시신은 30일 마이애미에서 뉴욕으로 옮겨진 뒤 뉴욕 맨해튼의 프랭크캠벨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아직 장례식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2월 3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을 한 뒤 그의 유해 일부는 한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평소 고인은 “한국에 묻히고 싶다”고 밝혀왔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고미석 기자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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