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신춘문예]단편소설 ‘짝짝이 구두와…’ 당선소감

  • 입력 200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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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 씨는 숨도 잘 못 쉬고 있습니다.

당선 소감에 누군가를 부르기 위해 목청을 가다듬고 키보드를 때려댔으나 정작 숨이 안 쉬어져서 부르지 못하겠습니다.

당신과 함께 런던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살았으나 이제는 내 소설이 런던의 포일스 서점에 깔릴 때까지 소설을 쓰며 살아야겠습니다. 공기를 들이마셔 보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삼겹살 가게를 열었었는데 장사가 잘 됐다면 소설을 쓸 시간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 와 주지 않았던 손님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망한 게 고맙습니다. 그런데 공기를 천천히 내뿜어 보려고 하지만 허파 속에는 공기가 아닌 다른 물질들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소설을 원 없이 한번 써 보고 말겠다고 아무 연고도 없는 전주에서 작은 방구석을 구하고 틀어박혀 키보드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써 보는 동안 늘 좋은 식량이 되어 준 라면들, 너무 고맙습니다. 아 그래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습니다. 라면 때문인가?

소설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통화를 하며 또 소설을 배웠습니다. 소설을 사랑하시는 마음을 존경합니다. 절대로 소설을 미워한다거나 밥벌이를 시킨다거나 때리지 않겠습니다. 아! 드디어 컥 하고 다시 호흡이 시작됩니다. 박상 씨가 숨쉬기 시작했습니다. 비로소 숨쉬기 시작했습니다!

박상 (본명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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