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담백한 ‘일본의 속살’…‘그늘에 대하여’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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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대하여/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고운기 옮김/216쪽·1만2000원·눌와

일본의 탐미주의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산문집이다. 다니자키는 1958년부터 196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일본 문학계의 거장. 이 책에 담긴 글들이 씌어진 시기는 1930년대다. 시공은 다르지만, ‘질주와 노출’을 멈추고 느림과 감춤을 긍정하는 시선이 담겨 있어 지금의 우리에게도 울림이 크다.

저자는 표제작 ‘그늘에 대하여’의 원제 ‘음예예찬(陰예禮讚)’의 ‘음예’를 코드로 일본문화의 속살을 읽는다. 음예는 ‘그늘인 듯한데 그늘도 아니고, 그림자인 듯한데 그림자도 아닌 거무스름한 모습’이다. 가부키, 건축, 재래식 화장실, 여성들의 화장법에 이르기까지 진하지 않고 담백한 ‘일본 문화의 그늘’들이 서양 것에 밀려 잃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관능적 문학을 표방했던 작가답게 여성미를 묘사하는 대목도 재미있다. 색기를 설명하는 한 대목이다. ‘그늘에서 남편에 안겨 애무해 주도록 바라는 그 모습에 많은 남자는 말하기 어려운 매혹을 느낀다. 방종하여 노골적인 것보다도, 내부로 억제된 애정을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아서, 때로 무의식적으로 말씨나 몸짓 끝에 드러나는 것이 한층 남자의 마음을 이끈다. 색기라는 것은 대개 그런 애정의 뉘앙스이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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