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공연장 드레스 코드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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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프란체스카, 저승사자...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의 팬클럽 회원들이 6일 모여 연주회에 입고 갈 블랙계열의 옷을 선보이고 있다. 이종승기자
마녀, 프란체스카, 저승사자...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의 팬클럽 회원들이 6일 모여 연주회에 입고 갈 블랙계열의 옷을 선보이고 있다. 이종승기자
연말연시 공연에서 드레스 코드(표준 옷차림)가 화두다. 뮤지컬 공연장이나 파티에서 같은 색상이나 콘셉트의 옷을 입어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던 드레스 코드가 클래식 공연장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

1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크로아티아 출신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29)의 내한공연 객석에서는 클래식 공연장으로서는 보기 드문 진풍경이 벌어질 전망이다. 공연 전 “드레스 코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블랙이었으면 좋겠다”는 막심의 말에 팬클럽들이 난리가 났기 때문이다.

190cm의 훤칠한 키에 패션모델을 연상케 하는 외모, 놀라운 스피드의 타건으로 막심은 한국에 수많은 젊은 팬을 갖고 있다. 회원 수 1만8000명이 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막심 팬 카페에는 단순히 검정색 의상뿐 아니라 ‘프란체스카 복장’ ‘킬러 복장’ ‘저승사자’ ‘마녀 드레스’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6일 만난 팬카페 회원들은 자신들이 준비해온 다양한 검정색 복장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팬 카페 운영자인 방효선(24) 씨는 “막심이 원한다면 어떤 복장도 소화해낼 수 있다”며 “팬들이 드레스 코드에 맞춰 입고 공연장을 찾는 것은 아티스트에 대한 예의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기획사 측에서는 검정색 의상을 입고 오는 관객들에게 막심의 친필 사인 포스터를 증정하기로 했으며, 팬클럽 회원들은 연주회가 끝난 후 무대 뒤에서 막심과 함께 파티를 열 계획.

드레스 코드는 이제 공연장을 찾는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유희’다.

7월 신시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뮤지컬 ‘뱃보이’ 쇼케이스에서는 주연 배우는 물론 팬들까지 모두 드레스 코드를 ‘블랙 & 레드’로 맞췄다. 어두운 조명에 촛불과 레드와인, 거미줄과 박쥐소녀들, 얼굴에 피가 흐르는 듯 붉은 물감을 묻힌 흡혈박쥐 복장의 팬들…. 주최 측은 이 중 베스트 드레서 3명을 뽑아 상품을 주었다.

3월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렸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제작발표회에도 팬들은 모두 장미꽃을 한 송이씩 들고 오는 것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췄다.

패션전문 홍보기획사 비쥬컴의 김민정 차장은 “드레스 코드는 소수의 클럽파티 문화였는데, 점차 클래식이나 뮤지컬 등 대형공연장에까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미리 약속된 드레스 코드를 확실히 지키고 공연장에 입장하는 순간, 관객은 게스트(손님)가 아니라 호스트(주인)인 듯이 즐겁게 공연에 동참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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