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장한나,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음반 내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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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EMI
사진 제공 EMI
첼리스트 장한나(23·사진)가 최근 내놓은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음반(EMI) 표지의 배경은 얼음처럼 차갑다. 양손을 허리에 대고 서 있는 장한나의 눈빛은 불꽃처럼 타오른다. 이 음반에서 장한나는 쇼스타코비치(1906∼1975) 특유의 격렬함과 고통스러운 감정을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끌어냈다. 확신에 가득 찬 활 놀림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슬픔과 유머 양극의 감정을 뿜어냈다.

현재 프랑스 작곡가 ‘랄로’의 음반을 녹음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에 머무르고 있는 장한나에게 전화를 걸어 음반 녹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은 장한나의 스승인 로스트로포비치(78)에게 헌정되어 1959년 10월 4일 로스트로포비치가 초연했다. 그러나 올해 5월 영국 바비칸 센터에서 장한나가 이 곡을 연주하자 ‘파이낸셜 타임스’는 “작곡가에게 이 곡을 쓰도록 영감을 주었던 위대한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보다 장한나의 연주가 더 풍부한 표현으로 말하고 있다”고 평했다. ‘더 타임스’는 “로스트로포비치의 초연이 감정적으로 더 완벽했다고 이제는 더 말할 수 없게 됐다”고 장한나를 극찬했다.

―스승을 뛰어넘는 연주라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은 11세 때부터 나를 아껴주신 분이고 존경하는 스승이다. 내게는 큰 영광이지만, 선생님도 그런 평들을 굉장히 좋아했을 것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선생님에게 ‘사람들이 돌을 던져도 마지막 음표까지 연주를 마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돌에 맞아 피도 나고, 찢어지더라도 끝까지 연주하라는 말은 스탈린 정권이 음표 하나하나까지 검열하고 통제했던 상황에서 그의 음악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쇼스타코비치 곡 연주에 어려움이 없었나.

“쇼스타코비치 곡은 연주자에게 엄청난 수준의 육체적, 심리적 힘을 요구한다. 난해하고 거대하다. 스스로 에너지를 잘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것 같은 각오를 해야 했다. 쇼스타코비치의 곡에는 거침없이 달려가는 정열의 리듬감, 너무나도 슬프고 애절한 느린 멜로디, 깨무는 듯 차갑고 뾰족한 유머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안토니오 파파노와 함께 2003년 프로코피예프 음반에 이어 두 번째 음반을 냈다. ‘랄로’ 음반까지 세 번 연속 작업을 하게 됐는데….

“파파노는 정열이 넘치는 음악가다. 그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 5개 도시에서 쇼스타코비치 곡을 순회 연주한 뒤 녹음을 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녹음이 나왔다.”

―지난해부터 2년간 하버드대 철학과를 휴학 중인데, 학교로는 언제 돌아갈 생각인가.

“하버드대 교수들은 강의 하나하나에 마치 연주자가 음악회 준비하듯 정열을 쏟는 강의를 한다. 2∼3주 연주여행만 다녀와도 학기를 제대로 마치기 힘들었다. 학교에서는 언제든지 복학 준비가 돼 있을 때 돌아오라고 한다. 하버드대에는 30년 동안 휴학하다가 졸업한 분도 있고, 빌 게이츠처럼 졸업을 아직 안한 사람도 있다. 언제든지 복학하기 위해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

장한나는 “내년 8월에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로 귀국 공연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남자친구를 사귈 계획에 대해서는 “학교를 다니면 좀 더 쉬울 텐데…. 연주생활하면서 만나는 남자들은 아버지, 할아버지뻘”이라며 웃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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