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99% 디지털 제작…29일 개봉 ‘나니아 연대기’

  • 입력 2005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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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역의 틸다 스윈튼(왼쪽)은 차가운 연기를 통해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마녀의 캐릭터를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냈다. 사진 제공 디즈니&월든미디어
마녀 역의 틸다 스윈튼(왼쪽)은 차가운 연기를 통해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마녀의 캐릭터를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냈다. 사진 제공 디즈니&월든미디어
또 한 편의 대작 판타지 영화가 찾아온다.

디즈니가 1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야심작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1950년 출간된 C S 루이스의 같은 제목의 시리즈 소설이 원작이다. 애니메이션 ‘슈렉’ 1, 2편을 만든 앤드루 애덤슨 감독의 실사 영화 데뷔작. 29일 개봉. 전체 관람가.

○ 원작 소설 VS 영화

‘나니아 연대기’는 국내에서는 낯선 작품이지만, 영미권에서는 8500만 부 이상 팔려 나간 아동 판타지 소설의 고전. 총 7권인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중 영화화된 첫 작품인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흥행 결과에 따라 후속 시리즈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0년대 초 영국. 피터, 수전, 에드먼드, 루시 등 네 남매는 런던에서 시골집으로 피신한다. 그 집의 신비로운 옷장을 통해 이들은 마녀가 지배하는 ‘나니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정의로운 사자 ‘아슬란’과 함께 ‘나니아’를 구해 낸다. 4명의 신인 아역 배우와 함께 틸다 스윈튼이 마녀 역을, 리암 니슨이 ‘아슬란’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수전과 루시 등 자매의 역할을 좀 더 늘린 것을 제외하고는 영화는 원작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었다.

○ 어린이 버전 ‘반지의 제왕’+‘패션 오브…’

‘나니아 연대기’는 아동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해리 포터’와 종종 비교되지만, 오히려 ‘반지의 제왕’의 겉옷을 입혀 튀겨낸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에 가깝다. 여기에 ‘가족애’를 양념 삼아 디즈니 식 손맛으로 버무렸다. 어른에겐 조금 싱거울 수도 있는 공포와 긴장이지만 어린이 입맛으로 보면 제법 매운 맛도 난다.

‘반지의 제왕’의 특수효과 팀이 그대로 참여했고, 촬영지(뉴질랜드)도 같은 탓에 어쩔 수 없이 ‘반지의 제왕’ 냄새를 풍긴다.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네 남매의 신비한 모험’으로 읽히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자면 기독교적 알레고리로 가득하다. 원작자인 루이스의 기독교적 세계관에 충실하게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 가령 아슬란이 에드먼드의 죄를 대신 짊어진 채 악의 무리 소굴로 들어가는 모습은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를 직접적으로 상징한다.

최근 열린 런던 시사회에 앞서 만난 애덤슨 감독은 “선택받은 자(The Chosen)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종교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본다면 ‘매트릭스’도 마찬가지”라며 “다른 판타지 영화와 달리 가족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고 가족 이야기는 어떤 문화권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볼거리 가득한 컴퓨터 그래픽(CG)의 향연

‘나니아 연대기’의 99%는 디지털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털끝 하나까지 살아 움직이는 듯한 ‘CG(컴퓨터그래픽)사자’ 아슬란은 기술의 위력을 실감하게 만든다. 얼굴은 사람이지만 다리는 염소인 툼누스와 반인반마(半人半馬) 켄타우루스 등 디지털과 특수 분장의 힘을 빌려 탄생한 23개의 새로운 종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CG투성이의 영화를 ‘인공 조미료를 듬뿍 친 음식’처럼 느끼는 미식가라도 가스등 아래서 루시와 툼누스가 처음 만나는 도입부만큼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만큼 서정적이다.

런던=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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