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몸 이야기]<15>‘눈보다 빠른’ 마술사의 손

입력 2005-11-26 03:01수정 2009-10-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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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이은결. 동아일보 자료 사진
요즘은 마술이 인기 공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스타에 연예인이 아닌 마술사가 꼽혔을 정도.

마술사에게 가장 중요한 신체 부분이자 ‘마술 도구’는 손이다.

일급 마술사들은 손 보험이 필수고 술 담배도 일절 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 마술사인 최현우와 이은결 모두 술도 담배도 입에 대지 않는다. 세심한 손놀림이 필요한 마술에서는 조금만 손이 떨려도 치명적이기 때문.

손가락이 저리거나 쥐가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공연 직전까지 손가락 운동은 필수다.

‘코인(동전) 마술’을 하는 마술사들은 반지도 끼지 않는다. 동전 닿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다.

마술은 결국은 트릭. 다만, 관객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마술사의 손놀림이 ‘눈보다 빨라야’ 할 뿐이다. 과연 얼마나 빠를까?

마술사 최현우가 코인 마술과 카드 마술을 특별한 도구 없이 일반 카페의 테이블에서 직접 해 보였다. 그는 카드 셔플을 하면서 슬쩍 한 장을 오른 손바닥에 숨기는 ‘팜(Palm·손에 무언가를 숨기는 마술)’을 보여주었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 카드 한 장이 그의 손바닥으로 옮겨져 있었지만 불과 20cm 앞에서 봐도 손은 마치 빈 것 같았다.

“카드를 손바닥에 붙인 채 자연스럽게 계속 셔플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손의 포지셔닝(자세)이 중요해요. 카드가 제대로 붙어 있을 때의 느낌과 손의 각도를 몸이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처음 이 기술을 익힐 때는 고무줄로 카드를 손에 묶어 둔 채 잠을 잤죠.”

가장 훈련을 많이 해야 하는 손가락은 넷째 손가락. 가장 신경이 적기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국내에서 매니퓰레이션(허공에서 카드 만들기 등 손기술을 이용한 스테이지 마술의 일종)의 1인자로 꼽히는 이은결은 “손가락 사이사이에 카드를 끼고 있는 것이 보기엔 편해 보여도 실제로는 손목을 붙들고 마구 흔들어도 카드들이 빠지지 않을 만큼 손가락 사이 근육을 키워야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손가락 사이마다 굵은 원통 양초를 끼워 놓고 훈련도 했다”고 말했다.

마술사들은 1초도 안 걸리는 동작을 위해 이의 몇천만 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무대 뒤에서 공들인다. 이은결은 “한 손에 쥔 카드를 부채꼴 모양으로 가볍게 쫙 펼치는 ‘팬(Fan)’ 같은 동작은 무대에서 할 때는 1초도 안 걸리지만 이를 예쁘게 하기까지는 하루 종일 연습해도 한 달 넘게 걸렸다”고 했다. 앞서 최현우의 ‘팜’ 기술도 2년에 걸친 연습의 결과다.

결국, 마술을 ‘마술처럼’ 순식간에 익히는 비결은 없는 셈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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