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쿄…’ 감독한 日소설가 무라카미 류 방한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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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감독한 영화 ‘도쿄 데카당스’의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 무라카미 류. 그는 일본에서도 많은 논란이 된 이 영화에 대해 “한국에서 개봉된다는 점 자체가 놀랍다”고 했다. 김미옥  기자
자신이 감독한 영화 ‘도쿄 데카당스’의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 무라카미 류. 그는 일본에서도 많은 논란이 된 이 영화에 대해 “한국에서 개봉된다는 점 자체가 놀랍다”고 했다. 김미옥 기자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53·사진)가 서울에 왔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69’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그는 소설가가 아닌 영화 ‘도쿄 데카당스’의 감독으로 17일 한국을 찾은 것이다. 다음 달 2일 서울 씨네큐브에서 개봉되는 이 영화는 일본에서 제작된 지 13년 만에 한국에서 ‘간신히’ 개봉되는 영화란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일본에서 개봉할 때도 참 힘들었어요. 도쿄 중심가 롯폰기의 극장에서 개봉하려고 했는데 ‘풍속을 해친다’며 주변 상인들이 격렬하게 시위하는 바람에 무산됐죠. 결국 긴자의 한 극장에서 심야 상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어요.”

그의 소설 ‘토파즈’를 바탕으로 만든 ‘도쿄 데카당스’는 SM(학대와 피학대로 쾌락을 느끼는 병적인 성 취향) 클럽의 콜걸로 일하는 주인공 ‘아이’의 방황을 통해 현대 일본인의 뒤틀린 욕망과 절대고독을 묘사한 작품. 마약 같은 파격 소재와 변태적 성행위 장면으로 국내에선 두 번의 수입추천 심의와 네 번의 등급 심의 등 모두 여섯 번의 심의 끝에 6분 분량을 잘라내고서야 ‘18세 이상’ 등급을 받았다.

그는 “내 영화가 (심의 과정에서) 잘려나가는 건 너무 익숙해진 일이라 이젠 놀랍지도 분하지도 않다”(웃음)며 “일본문화에 대한 저항감도 있고 특히 이런(섹스와 마약) 부분에 보수적인 한국에서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북한의 일본 공격을 가상한 소설 ‘반도를 나가라(半島を出よ)’를 발표한 그는 “왜 하필 북한인가”란 질문에 “테러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일본에 테러를 할 만한 국가를 생각해 보니 북한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한국영화계는 활력이 넘치는 데다 배우 감독 스태프의 수준이 모두 높아 많이 존경하고 있어요. 배용준 이병헌 씨 등 한국 배우들의 인기는 일본에서 엄청납니다.”

세계미식가협회 임원을 지낼 정도로 미식가인 그는 “한국을 떠나기 전 삼계탕과 빨간 양념게장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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