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추기경 “장면 前총리-노기남 대주교 친일매도 유감”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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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의 원로 연쇄 인터뷰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인호(李仁浩·17일) 김용준(金容駿·18일) 교수와 강원용(姜元龍·20일) 목사에 이은 김수환(金壽煥·21일·사진) 추기경 특별회견 기사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전화나 e메일로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김 추기경의 회견 기사는 전문이 실린 동아닷컴뿐 아니라 동아일보를 인용해 보도한 조선닷컴 등 인터넷 매체들에도 누리꾼들의 댓글 수백 건이 오르는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김 추기경은 21일 취재진에 직접 전화를 걸어 몇 가지 내용을 추가로 언급했다. 김 추기경은 민족문제연구소가 8월 29일 친일인명사전 후보 명단에 장면(張勉) 전 총리와 노기남(盧基南) 대주교를 포함시킨 데 대해 전날 회견에 이어 재차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일제는 태평양전쟁 말기 우리나라를 국민총동원체제로 끌고 가면서 여러 단체를 만들어 각 단체의 기존 책임자를 대표로 내세웠다. 그때 장면 박사는 대표적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자단체의 대표가 됐는데 단순히 이를 두고 친일로 매도하는 것은 너무나 가벼운 일이다. 장 박사는 1948년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유엔총회에 수석대표로 참석해 대한민국 정부의 유일 합법성을 승인받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장 박사는 또 초대 주미대사로 6·25전쟁 때 유엔과 미국의 참전과 지원을 얻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장 박사는 이런 공로로 1999년 건국훈장을 받았다. 또 일제강점기 당시 대구교구에서는 일본 사람이 주교가 됐지만 서울에서는 노기남 주교님이 계셨기 때문에 한국인이 그 시대에 주교가 될 수 있었다. 이는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우리 민족에게 대단히 뜻 깊은 기쁨을 주셨던 분이다. 이를 피상적으로 재단해선 안 된다.”

김 추기경은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져야 하지 않느냐는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하신 성경 말씀대로 ‘너희들 중 죄 없는 사람이 돌을 던져라’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면서 “당신들 아버지가 창씨개명을 안했거나 학교 다니면서 신사참배 안한 사람 있거든 이분들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덧붙였다.

김 추기경은 나라의 장래에 대해서도 거듭 우려를 나타냈다. “나 같은 사람은 벌써 (북한의) 제거 대상 리스트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면서 “(북한이 한반도를 지배하게 된다면) 나야 살 만큼 살았으니까 그들 손에 죽든지…. 하지만 이 땅에 사는 국민이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될는지 참으로 암담해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의 말 바꾸기에 대해 김 추기경은 “(말과 소신을 바꾸는) 그런 일이 너무 자주 있다. 그런 위정자나 공직자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말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해석을 붙여서 그것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성신여대 김영호(金暎浩·국제정치학) 교수는 “정권 담당자들은 원로들의 올바른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말과 행동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박성희(朴晟希·언론학) 교수는 “평범하고도 당연해 보이는 김 추기경의 말씀에 많은 사람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비상식이 통용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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