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나라가 이래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아야”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코멘트
천주교 김수환(金壽煥·사진) 추기경은 20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경제를 위해서라도 국력을 모으는 일”이라면서 “현재의 분열상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서야 할 사람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권 담당자들”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교관에서 본보와 특별회견을 갖고 “요즘 나라가 진보와 보수, 개혁과 반개혁으로 갈라져 있어 너무 걱정스럽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층은 먼저 나라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여야 간의 국가 정체성 공방 등 사회의 혼란상을 우려하며 단호한 어조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에 대해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북한의 인민공화국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김 추기경은 강정구(姜禎求) 동국대 교수 사건과 관련해 “대학 교수라는 지성인이 어떻게 자유가 없는 김정일(金正日)의 독재체제하에 있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진 사람을 원수로 보고 현행법에 저촉되는 말을 한 사람을 검찰이 다스리려 해도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나서 검찰을 견제하고 그 사람을 보호하는 까닭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또 “수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죽음을 당하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던 정권 담당자들이 강 교수의 인권만 앞장서 보호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지극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