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간송미술관 ‘난죽대전’ 30일까지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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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蘭)과 죽(竹)은 예로부터 군자의 상징으로 불렸다. 난은 잎이 늘 푸르고 곧으며 거름을 탐하지 않아 바위나 돌, 모래 틈에서도 자란다. 꽃은 맑고 향은 그윽하다. 죽 또한 설한풍(雪寒風) 속에서도 굳게 견디며 꼿꼿하고 속이 비어 허심(虛心)과 불굴(不屈)을 상징했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져 의리와 체면, 절개를 지키는 사람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드니 난과 죽 그림으로 쓸쓸한 마음을 달래 볼까.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30일까지 여는 ‘난죽대전(蘭竹大展)’은 이런 기획 취지를 담고 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조 사대부 화가들이 그린 100여 점이 나온다. 탄은 이정에서부터 이덕형 심사정 강세황 김홍도 김정희 이하응 김규진 등 대가 37명의 묵죽과 묵란이 소개된다.

이 중 한국회화 사상 최고의 묵죽화가로 꼽히는 세종의 4세손 탄은의 ‘풍죽(風竹·바람 타는 대)’이 백미다. 그의 묵죽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이 작품은 바람에 맞선 대나무 네 그루를 화폭에 옮겨 놓은 것. 거센 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꼿꼿한 기상이 드러나 있다.

조선 남종화풍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심사정의 ‘운근동죽(雲根凍竹·바위틈에 얼어 있는 대나무)’은 혹독한 겨울 속에서 움츠러든 대나무라 흥미롭다. 심난한 세월 속에서 상처받은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난법의 요체를 보여주는 ‘적설만산(積雪滿山·쌓인 눈이 산을 덮다)’ 같은 대표작들과 함께 추사에게서 묵란을 배웠다는 생몰연대 미상의 기생 소미(小眉)의 묵란도 흥미롭다. 무료. 02-762-0442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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