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실패한 마케팅에서 배우는 12가지 교훈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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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마케팅에서 배우는 12가지 교훈/조원익 지음/256쪽·1만3000원·위즈덤하우스

시험 때마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란 주관식 문제를 내는 경영학 교수가 있었다. 어느 해엔 조교가 흑판에 문제를 쓰면서 ‘도’자(字)로 시작하자 학생들은 놀랐다. 드디어 다른 게 나오나 보다…. 다 쓰고 보니 역시 같았다. ‘도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였으니….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개에도 소개된 내용이다. 이는 어느 대학에서 있었던 실화다. 곰곰 생각해 보면 도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이기에 기업들이 여기에 사활을 거는 것일까. 소비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는 것 아닐까. 마음 읽기가 어디 쉬운가.

마케팅 실무를 20년 넘게 맡아온 저자가 현장에서 쌓은 내공을 토해 놓은 것이 이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숱한 성공을 경험했겠지만 그보다는 실패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실패 사례를 꼼꼼히 분석하면 실패하지 않는 방법뿐 아니라 성공하는 법까지 알아내 현실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한국에서 2002년 한 해에 음료 제과 제지 미용생활용품 세제 양념류 등 6개 산업제품군에서만 3783개의 신제품이 나왔다고 한다. 하루 평균 100개 이상이다. 이 가운데 실패한 것이 80%가 넘는단다. 그러니 실패를 줄이는 것이 곧 성공의 길인 셈이다.

브랜드 이름을 잘못 붙여 실패한 사례를 보자. 1999년 어느 회사가 ‘미(米)소주’를 선보였다. 쌀 원액을 사용한 이 제품은 하얀 병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졌다. ‘미’가 무얼 뜻하는지 전달되지 않았고 하얀 병도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최초의 대형서점인 종로서적의 도산 원인은 무엇일까.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이 인근에서 개점했지만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매장 내 이벤트 행사도 부족했고 종합쇼핑센터로 변신하지 못하고 책 판매에만 매달렸다. 온라인서점 등장에 맞서는 전략도 못 세웠다.

‘넥스’라는 맥주 브랜드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으리라. 제품 콘셉트가 자주 바뀌는 바람에 시선을 끌지 못해 결국 사라진 것이다. 삼진제약의 진통제 ‘게보린’이 줄기차게 “맞다 게보린”을 외쳐 성공한 것과 대조되는 사례다.

시대 흐름보다 너무 앞서는 제품도 실패한다. 1979년에 선보인 고급 단백질 비누는 품질이 좋은데도 곧 생산이 중단됐다. 값이 비싼 데다 쉬 물러지는 특성 탓이었다. 당시는 상당수 소비자들이 비누를 오래 쓰려고 한 면에 은박지를 붙이던 시절이어서 딱딱한 비누를 좋아했다.

제품 시판 전에 실시하는 소비자 조사를 맹신해도 곤란하다. 실제 소비행위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방세제를 개발한 뒤 소비자 조사를 했더니 85%가 구입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1999년 야채과일 전용세제가 시판됐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 책을 독파하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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