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따라 수묵화가 좍… IT+한류 환상적 결합에 탄성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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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본 아이치 현 나가쿠테의 ‘2005 아이치엑스포’ 한국관 내 한국문화상품코너. 김치 도자기 등 한국문화상품을 찾는 관람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24일 일본 아이치 현 나가쿠테의 ‘2005 아이치엑스포’ 한국관 내 한국문화상품코너. 김치 도자기 등 한국문화상품을 찾는 관람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동안 ‘용사마(배용준)’만 알았는데 한국이 정보기술(IT)과 예술 분야에서도 뛰어난 나라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에 꼭 가 보고 싶습니다.” 24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가쿠테(長久手)의 ‘2005 아이치엑스포’ 한국관. 이곳에서 만난 회사원 오타 도모히로(太田智宏·26) 씨는 전시관 유리벽면에 반사되는 오방색(빨강 노랑 파랑 흰색 검정) 빛줄기들을 감상하며 연방 “스고이(굉장하다)”를 외쳤다. 121개국이 참가해 3월 개막해 6개월 동안의 전시를 마치고 25일 폐막한 이번 아이치엑스포에서 한국관의 활약상은 단연 돋보였다.》

전체 관람객 2200만 명의 15.8%인 348만 명이 한국관을 다녀갔다. 입장하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날도 많았다.

폐막 하루 전인 24일 아이치엑스포협회가 발표한 평가에서 한국관은 주최국인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관 가운데 ‘최우수 국가관’으로 선정돼 금상을 받기도 했다.

○ 문화로 알린 ‘코리아 브랜드’

한국관은 단순한 ‘보여주기’를 넘어 관람객이 스스로 체험하는 전시기법을 통해 한국의 선진 IT기술력과 수려한 영상미를 소개했다.

대형화면 앞에 관람객이 서면 센서가 그림자를 인식해 사람이 뻗는 팔 모양대로 수묵 채색의 나무를 그려내고 그 위에 분홍 노랑의 꽃망울을 피워냈다.

워터스크린 위에 손을 갖다대면 애니메이션 영상의 물고기들이 손길을 따라 움직였다. 스크린 옆에는 퇴계 이황(李滉) 선생의 시조와 일본 에도시대의 하이쿠(俳句) 작가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하이쿠가 나란히 소개됐다.

반도체칩으로 만든 황룡(黃龍) 부조 모형, 서울대 황우석(黃禹錫) 교수의 줄기세포 기술을 삼성과 LG의 57인치 액정표시장치(LCD)에 담아낸 애니메이션 영상물도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얼마 전 한국관을 방문한 일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는 한지(韓紙) 조명의 한국 야생화 그림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한쪽 벽면에 붙은 인기 탤런트 배용준의 대형사진 부근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인파로 북적였다. 사진 속 배용준의 입술은 일본 여성 팬들의 잦은 입맞춤으로 하얗게 바랬다.

24일 일본 아이치 현 나가쿠테의 ‘2005 아이치엑스포’ 한국관에서 일본인 관람객들이 수묵화 시뮬레이션을 체험하고 있다. 이 체험은 센서가 관람객의 그림자를 인식해 몸짓에 따라 수묵화가 화면에 그려진다 사진 제공 KOTRA
○ 한국의 ‘엑스포 산업효과’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로 꼽히는 엑스포는 참여 국가들의 경제 기술 문화를 종합적으로 선보이는 자리. 에펠탑(1889년 프랑스 파리 세계박람회) 핫도그(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세계박람회) 등이 엑스포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한국관을 주재한 KOTRA의 김주남(金周南) 해외마케팅 본부장은 “엑스포 참가의 가장 큰 목적은 국가 이미지를 높여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판매를 늘리는 것”이라며 “이번 엑스포를 통해 비용 9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관 전시업체들은 벌써부터 해외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전주 한지 공예품 수출 계약이 이뤄졌고, 3차원 애니메이션 입체영화 ‘트리 로보(Tree Robo)’도 각국의 투자요청에 따라 2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최근 도쿄(東京)에서 ‘도쿄게임 투자수출상담회’를 성황리에 열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은 한류스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저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주최국 일본도 이번 아이치엑스포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일본 언론은 전체 관람객(2200만 명)이 당초 목표치 1500만 명을 훨씬 웃돌았으며 1조2082억 엔(약 12조 원)의 직간접 경제효과를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나가쿠테=김선미 기자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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