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1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김정은은 10일 오전 자신의 인터넷 팬카페에 올린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미 다 소진돼 버린 이야기를 짜여진 스케줄에 맞춰 억지로 늘여서 쥐어짜 가며 연기할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갈수록 반복되는 이해되지 않는 드라마의 흐름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진심을 이해시킬 수 없고 회마다 바뀌어 버리는 캐릭터를 더는 연기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일 밤을 꼬박 새우며 촬영하고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분을 당일 오후까지 촬영하고 그 방송이 끝난 후에 토요일이 돼서야 다음 주 수요일 분량의 대본을 받을 수 있었다”며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비판했다.
이 글이 게재된 이후 ‘루루공주’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정은을 옹호하며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과 김정은의 행동이 주연배우로서 무책임하다는 상반된 글이 2000건 이상 올랐다.
시청자 김보경 씨는 “배우가 스스로 출연하는 드라마에 대한 거부 의사를 확연하게 표현하는 것은 배우로서 자질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지현 씨는 “김정은 말에 공감이 가며 제작 관행이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제작진은 사태 수습에 나섰고 김정은은 10일 밤 SBS 측에 “정상적으로 남은 촬영(6회분)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의견을 밝혔다. 도중하차 시비는 일단락됐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인기를 누렸던 김정은이 시청률이 저조한 것에 충격을 받아 돌출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의견과 이제는 시청률 지상주의의 폐단, 외주 제작사를 위시한 한국 드라마 시스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표출되고 있다.
7월 27일 시작한 ‘루루공주’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재벌가의 딸과 중견 건설업체의 후계자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로 극 초반에는 김정은, 정준호 등 호화 캐스팅에 힘입어 시청률 2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나친 간접광고(PPL)가 드라마 흐름을 망친다는 지적과 개연성 떨어지는 인물과 설정이 난무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최근에는 시청률이 10% 초반대로 떨어졌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