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년전 초기 신석기 통나무배 국내 첫 발굴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6분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에서 출토된 8000여 년 전 신석기시대 통나무배를 선미에서 바라본 모습.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실물 선박으로 통나무 가운데를 깎아내 만들었다. 사진 제공 국립김해박물관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에서 출토된 8000여 년 전 신석기시대 통나무배를 선미에서 바라본 모습.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실물 선박으로 통나무 가운데를 깎아내 만들었다. 사진 제공 국립김해박물관
8000여 년 전 초기 신석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통나무배가 발굴됐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 신석기시대 유적을 발굴 중인 국립김해박물관 발굴조사단은 5일 “낙동강에서 북쪽으로 2km가량 떨어진 비봉리 유적지의 맨 아래쪽 층위(層位)에서 통나무를 깎아 만든 신석기시대 배를 찾아냈다”고 밝히고 현장을 공개했다.

김해박물관은 유적의 층위가 신석기시대 초기 층인 것으로 미뤄 이 배가 기원전 6000년경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선사시대의 배가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국내에서 발견된 배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견된 옛 선박은 통일신라의 안압지 통나무배(경북 경주시 안압지 출토·8세기), 고려의 완도선(전남 완도군 앞바다·11세기), 십이동파도선(전북 군산시 앞바다·11세기), 안좌도선(전남 신안군 앞바다·13∼14세기), 달리도선(전남 목포시 앞바다·14세기) 등 모두 통일신라 이후의 것이다.

이번에 발굴된 배는 소나무 속을 파내 만든 U자형 단면의 ‘환목주(丸木舟)’. 발견된 부분은 길이 3.1m, 최대 폭 60cm, 두께 2∼5cm, 깊이 약 20cm. 배의 원래 길이는 4m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의 내부에선 불에 그을린 흔적, 나무를 깎아낸 흔적 등 신석기시대 통나무배의 제작 과정을 보여 주는 단서들이 발견됐다. 수월하게 제작하기 위해 통나무를 군데군데 태운 뒤 날카로운 석기를 이용해 나무 안쪽을 깎아 내고 다시 갈돌과 같은 기구로 표면을 다듬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해박물관의 임학종(任鶴鐘) 학예연구실장은 “금속을 사용하지 않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치밀하게 배를 만들었음을 보여 주는 흔적”이라며 “신석기시대 생활상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비봉리 유적은 2003년 태풍 ‘매미’ 때 완전 침수된 습지로 창녕군이 양수·배수장을 건설하는 도중에 신석기 유물이 발견돼 2004년 11월부터 발굴이 시작됐다. 그동안 멧돼지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고(最古)의 동물 그림이 새겨진 토기 조각과 망태기 등 귀중한 유물이 대량으로 출토된 바 있다. 발굴단은 태풍 ‘나비’로 인한 유물 피해를 막기 위해 이날 통나무배를 수습해 김해박물관으로 옮겼다.

이 배의 제작 연대가 신석기 초기로 확인된다면 이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배로 알려진 도리하마(鳥濱)1호나 이키리키(伊木力) 유적 출토품보다 무려 2000년 이상 앞서게 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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