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아! 자유…‘나의 삶, 끝나지 않은 선댄스’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나의 삶, 끝나지 않은 선댄스/레너드 펠티어 지음·문선유 옮김/316쪽·1만2000원·돌베개

“여러 해 동안 나는 고통을 숨겨왔으며, 울고 싶을 때 미소 지었고 죽고 싶을 때 웃었다…내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느낌이 그립다. 아기들이 그립다. 새들의 노랫소리, 여인네들의 웃음소리가 그립다. 겨울과 여름, 봄과 가을이 그립다. 자유가 그립다….”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목으로 30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

인디언 형제들 사이에서 ‘해를 좇는 바람’으로 불리는 그는 돌담과 쇠창살로 된 작은 방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되던 1999년 그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이제 막 쉰네 살이 되었다. 서른한 살 때부터 여기 있었다.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종신형을 두 번 살고도 7년을 더 살아야 한다. 29년을 한 번의 종신형으로 계산해도 나의 나이는 아흔일곱 살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내가 살아 있을까?”

1970년 인디언 저항운동에 뛰어들었던 저자. 그는 1975년 인디언 지정 거주지에서 2명의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이중 연속 종신형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FBI가 증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가석방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백은 가장 약한 변호이다!”

이 옥중 수기는 인디언의 수난과 저항이 종결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진행 중인 현대사라는 사실을 생생히 증언한다. 저자는 자전적인 서술을 통해 20세기 후반 인디언의 수난사와 저항 운동사를 그려 내며 사사로운 감정과 내밀한 경험까지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겨울이면 온기를 빼앗는 철판과의 접촉면을 줄이기 위해 양팔로 무릎을 감싼 채 웅크리고 지내야 하는 감옥 생활. “이 안에서 당신이 제일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이 안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스스로 자라/오히려 너를 죽인다’는 그 지옥에서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자신의 삶을 앗아간 사람들에 대한 증오였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원한과 복수심을 품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내 속에 있는 이런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하다니! 발딱 일어선 저주의 뱀 머리 위에 위태롭게 올라서야만 하는 나….”

그 고통과 어둠과 고립 속에서 쓴 글에서 독자들은 비상한 인간의 빛나는 영혼과 만난다. 저자는 영적 사색과 명상을 통해 가누기 힘든 고뇌와 분노를 ‘내 마음이 당신의 마음에 보내는 치유의 화살’로 순화시킨다.

“세상을 구원하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단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 땅의 모든 생명에 대한 연민과 존중 없이는 우리 중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원제는 ‘My Life Is My Sun Dance’. 선댄스는 춤으로 승화된 인디언의 종교의식이다.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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