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비밀기지 中단둥 臨政교통국 건물 헐린다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06분


코멘트
상하이임시정부의 비밀조직인 교통국이 있었던 중국 단둥 이룽양행 건물의 정면 모습(위)과 내부. 단둥 시가 내년에 이 건물을 철거할 예정이어서 우리 정부의 보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룽양행은 1919년 상하이임시정부 설치와 함께 초기 항일독립운동의 핵심 역할을 했던 역사적인 곳이다. 사진 제공 강위원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상하이임시정부의 비밀조직인 교통국이 있었던 중국 단둥 이룽양행 건물의 정면 모습(위)과 내부. 단둥 시가 내년에 이 건물을 철거할 예정이어서 우리 정부의 보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룽양행은 1919년 상하이임시정부 설치와 함께 초기 항일독립운동의 핵심 역할을 했던 역사적인 곳이다. 사진 제공 강위원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비밀기지였던 상하이(上海)임시정부 교통국이 입주해 있던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시의 이룽(怡隆)양행 건물이 내년에 철거될 예정이어서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현지를 답사한 독립기념관 부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이명화(李明花·47·여) 박사는 16일 “단둥 시 도시계획에 따라 내년에 이룽양행 건물이 헐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둥 시 위안바오(元寶) 구 싱룽(興隆) 가 25호에 있는 이룽양행 건물은 현재 단둥 시 건강교육소로 사용하고 있다. 1층은 옛날 건물이지만 2, 3층은 1970년대 증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임시정부는 아일랜드인 조지 쇼(1860∼1924)가 운영한 무역회사인 이룽양행 안에 3·1운동 직후인 1919년 5월 교통국을 설치하고 국내를 연결하는 중요한 비밀기지로 활용했다.

백범 김구(白凡 金九) 선생도 3·1운동 직후 이룽양행의 선박을 이용해 상하이임시정부에 들어가는 등 이룽양행 내 교통국은 임시정부 설립 초기에 군수품 및 기밀문서, 독립운동자금, 정보, 인력 등을 국내로 연결하는 핵심 조직이었다.

이 박사는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반드시 거쳐야 할 정도로 교통의 요지였다”며 “이룽양행의 도움이 없었다면 임시정부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했을 정도로 중요한 곳이어서 정부가 보존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롄(大連) 시에서는 당시 일본이 건립한 관공서와 은행, 기업체 건물 등이 중국의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어 대조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쇼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신의 조국을 생각하면서 이룽양행 안에 교통국 설치를 허락하고 선박을 빌려주는 등 한국의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20년 ‘오학수(吳學洙)사건’(국내 독립운동을 위해 오학수 등이 무기를 상하이임시정부에서 이룽양행의 선박으로 운반해 교통국에 보관하다 일제에 적발된 사건)에 연루돼 체포된 것을 계기로 추방돼 64세를 일기로 숨졌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