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일주/5월31일~6월 1일]쌈장에 라면 한보따리 사다

  • 입력 2005년 6월 21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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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105일간의 유럽 10개국 일주’에 도전한 김대남(숭실대3)·이동원(한양대3)·정원제(경기대3)군. 이들이 소식을 전해와 2일간의 얘기를 싣는다. <편집자>

◎자전거 유럽일주(이동구간 : 프랑크푸르트-만하임 이동거리 : 73km) 5월31일(화요일)

이번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면서 장비에 관해 가장 많은 준비를 한 것은 원제다. 출발을 하며 자전거에 관해서는 전문가에 버금 갈만큼 해박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원제. 하지만 정작 유럽에 와서 원제의 자전거가 자꾸 말썽이다. 며칠 전 타이어가 펑크가 나고 바퀴의 스포크(바퀴안쪽에 있는 활 같은 쇠)가 부러지는 등 잦은 말썽을 부리다 어제 프랑크푸르트 시내 산악자전거 전문 가게에서 큰맘 먹고 수리를 했건만 오늘은 변속기가 말썽이다.

5월30일~6월1일 동영상 보기
사진으로 보는 유럽여행 (5월30일)

처음 자전거가 말썽을 일으킬 때 만 해도 민감하게 반응하던 원제도 이제는 해탈의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번 씩 웃고 마는 여유(?)를 부린다. 타이어 펑크 정도야 대충 임시적으로 정비는 할 수 있지만 변속기는 더욱 복잡한 부분이기에 문제가 좀 더 심각하다.

대로변에 잠시 세워두고 여기저기 건드려 보지만 끙끙대는 폼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겨우겨우 수리에 성공, 스스로를 무척이나 대견해 하는 모습이다.

자전거 여행에 있어 특히나 이곳 유럽에서 자전거 여행을 할 계획이라면 웬만한 수리는 할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야 자전거가 망가졌을 경우 정말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근처 자전거 가게에서 공짜로도 고칠 수 있지만 이곳 유럽에서는 전문가의 공임 개념이 무척이나 확실하다. 하기야 전문가의 기술에 대한 정당한 대가지만 인심 좋은 한국에서 살던 우리로서는 그게 야박하게만 느껴진다.

어제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원제의 자전거를 고칠 때에도 자전거 가게 주인이 애초에 스스로 할 것인지 공임을 주고 전문가에게 수리할 것인지를 물어봤다. 전문가에게 맡길 경우 비용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끼리 해결하기로 결정. 자전거 가게 앞에서 마치 또 다른 가게를 차린 것처럼 준비해간 장비를 벌려놓고 셋이서 낑낑대며 수리를 시도했다. 비도 오고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도 열심히 했지만 수리가 쉽지는 않다.

솔직히 처음부터 우리의 이런 모습에 가게 주인도 동정을 느끼고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몇 번이고 나와 우리를 보면서도 미소만 지을 뿐 절대 도와주질 않는다. 다행히 무사히 고치기는 했지만 조언한마디 해주지 않는 가게 주인이 정말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한국의 정 문화가 무척이나 그리운 하루다.

사진으로 보는 유럽여행 (5월31일)

◎자전거 유럽일주(이동구간 : 만하임 이동거리 : 56km) 6월1일(수요일)

어느 때와 같이 시리얼로 아침을 먹었다. 간편하기도 하고 먹고 나면 어느 정도 속이 든든하지만 이것도 매일 먹으려니 조금씩 질리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먹던 아침밥이 무척 그리워진다.

이곳 유럽에 와서 가장 즐거운 시간은 저녁식사 시간이다. 하루 끼니 중 그나마 가장 제대로 먹는 식사이기 때문에 항상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아침엔 시리얼, 점심엔 간단한 빵과 우유를 먹기 때문에 유일하게 밥을 먹는 저녁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솔직히 여행 중 루트를 짤 때 가장 많은 갈등이 생기는 것이 먹는 부분이다. 부끄럽긴 하지만 예산은 정해져 있고 먹고 싶은 것은 많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그저 멤버 중에 채식주의자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어제는 만하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캠핑을 했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만하임 중심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지도상으로는 꽤나 큰 도시지만 볼거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만하임에 들어와 지금껏 여행하면서 가장 반가운 곳을 만날 수 있었으니 바로 아시아시장.

자칫 그냥 기념품 가게로 착각하고 넘길 수 있었는데 예리한 원제가 순간적으로 발견한 것이다.

사진으로 보는 유럽여행 (6월1일)

라면에서 김치까지 없는 것이 없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 이보다 더 좋을까.

다들 지금껏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것들을 만나니 약간씩 흥분했다. 이것저것 가격도 보지 않고 일단 고르기 바쁘다.

최대한 뺀다고 뺐는데도 사고 나니 쌈장이며 라면이며 한 보따리다. 이미 가방엔 들어갈 곳도 없는데 가슴에 안고서라도 가야겠다.

한국음식은 어차피 먹고 나면 또 먹고 싶은 것이라 크게 미련을 두고 싶지는 않지만 막상 이곳에서 한국음식을 만나면 정신을 못 차린다. 이번 여행을 하며 최대한 현지화하기를 계획했지만 음식만큼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김치를 한국 사람보다 더 맛있게 먹어주는 외국인에게 더 호감도 가고 잘 대해주고 싶다. 작은 부분이지만 유럽인들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조금씩 고쳐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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