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 데뷔 음반 발표

  • 입력 2005년 6월 16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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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첫 독집 음반을 내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 신원건 기자
20일 첫 독집 음반을 내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 신원건 기자
“첫 음반을 네 손가락으로 쥐었을 때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게 느껴졌어요. 음악이 아닌 희아의 소리를 담았으니까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20) 씨가 20일 데뷔 음반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를 발표한다. 제작기간만 2년이 걸린 그녀의 1집은 쇼팽의 ‘즉흥환상곡’,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등 평소 이 씨가 즐겨 연주하던 곡들과 신곡 ‘희아의 노래’ 등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15일 오전 송파구 가락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녀는 첫 앨범을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2년 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음반 작업을 포기 했었어요. 그 때 일본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마츠노 진(45) 씨가 ‘나도 매일 한계를 느낀다’고 말해주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일반인들도 나랑 똑같은 마음이란 것을 깨닫고 힘을 얻었죠. 이번 음반은 그 분들에게 바치는 제 선물입니다.”

이번 음반에서 그녀는 수록곡 중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직접 불러 성악 솜씨도 뽐냈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이 씨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어렸을 때 임형주 씨 같은 팝페라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엄마는 반대했지만 고 2때 성악 선생님은 고음 처리가 좋다고 칭찬해주셨죠.”

양 손에 손가락이 두 개 뿐인 선천성사지기형 1급 장애인으로 태어난 이 씨는 6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1992년 ‘전국학생음악연주평가대회’에 출전, 일반인들을 제치고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 각종 연주회를 다니며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라는 유명세를 뿌리고 다녔다. 최근에는 영국 템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갖기도 했다.

“가끔 주위에서는 네 손가락 때문에 불편하지 않냐고 하시지만 전 오히려 이 손가락이 저를 살렸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세계무대도 서보고 많은 연주자들과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었으니까요. 만약 제가 정상인이었다면 이런 관심을 받았을까요?”

앞으로 그녀는 클래식과 팝의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오버 음악을 할 예정이다. 이유를 묻자 ‘재미’라고 얘기했다.

“요즘 살기도 힘든데 연주회마저도 지루하면 너무 슬프잖아요. 다음에는 패티김 아줌마 같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연주할까 생각 중이예요. 제가 워낙 연예인 기질이 있어서 큰일이죠. 하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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