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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6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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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응은 더 비관적이다. 도쿄(東京)의 영상물 수입업체인 NBS의 김용희(50) 대표는 2일 전화인터뷰에서 “드라마의 경우 한류는 길어야 올해까지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 도전받는 한류 열풍
현재 니혼TV에서 방영 중인 ‘옥탑방 고양이’는 오전 10시대, 후지TV에서 방영 중인 ‘슬픈 연가’는 오후 4시대에 전파를 탄다.
한국 드라마가 기피되기 시작한 주요한 이유는 높아진 판권료. ‘한류 열풍’ 이후 한국 드라마의 판권 가격은 편당 2만∼3만 달러(약 2000만∼3000만 원)로 뛰었다. 일본의 방송국들은 가격이 싼 대만이나 중국 드라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만 드라마는 편당 500∼1000달러(약 50만∼100만 원) 수준.
최근에는 한류에 이어 대만의 TV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대류(臺流)’가 부상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일본 만화 ‘꽃보다 남자’를 소재로 한 대만 드라마 ‘류싱화위안(流星花園)’이 위성방송과 지역방송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하며 “한류 이후 다양화된 외화시장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류 콘텐츠의 한계
한류가 몇몇 스타에만 의존하다 보니 생명력이 더 짧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 최대의 연예잡지인 ‘베트남 영화와 무대’(월 2, 3회 발행)에 2002∼2003년 실린 한국 관련 기사 분석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2004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조사).
2003년 가장 많이 언급된 한류 스타 톱5는 고수 배용준 소지섭 박용하 차태현 순. 전년도 순위는 김승우 송승헌 안재욱 원빈 장동건으로 1년 만에 모두 ‘물갈이’됐다. 어떤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느냐에 따라 인기 배우 순위가 달라진 것. 이는 결국 스타나 TV 드라마 위주인 한류의 장르를 넓히지 않는 한 해당 스타나 드라마에 대한 열기가 식으면 한류 역시 수명을 다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한류 스타’ 의존은 수출경쟁력 약화도 낳는다. 스타들의 개런티 급등이 제작비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수출가격 상승으로 연결돼 해외시장 판매가 부진해지는 것. 결국 수출 물량이 줄어 해외에 많이 노출되지 않다 보면 한류 침체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4월 국회에서 열린 ‘한류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공청회’에 참석한 대만의 한 방송업체 사장은 “한류 초기인 1999년에는 한국 드라마의 편당 가격이 750달러였는데 지금은 1만5000∼2만 달러로 최소 20배 이상 올랐다”고 지적했다.
○ ‘한류’를 넘어서자
한류의 지속을 위해서는 한류의 인기 장르를 현재의 TV드라마와 영화에서 다른 장르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문화관광부가 발간한 ‘2004 문화산업통계’에 따르면 2003년 최대 무역흑자를 낸 문화콘텐츠는 한류의 주역으로 꼽히는 TV드라마도, 음악이나 영화도 아닌 게임이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수출액은 1억5172만 달러(약 1517억 원)로 전체 수출액의 83%를 차지했다. 게임의 경우는 TV드라마나 영화보다 문화장벽을 넘기가 더 쉽다는 것도 이점이다.
스타 한두 사람에게 한류의 성패를 걸고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문학처럼 문화콘텐츠의 근간이 되는 기초 예술에 투자해 ‘한류의 체질을 개선하자’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홍사종(洪思琮) 경기도 문화의 전당 사장은 “‘엔터테인먼트의 메카’인 할리우드가 시나리오 부재 때문에 리메이크 영화에 매달리는 것은 결국 21세기 문화콘텐츠 전쟁의 핵심이 ‘이야기’라는 의미”라며 “문학과 같이 문화콘텐츠의 근간이 되는 기초 예술에 투자해 한류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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