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리사 용인대 교수 개촌이후 첫 女촌장에…

  • 입력 2005년 3월 28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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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가대표선수들의 요람인 태릉선수촌 촌장에 내정된 이에리사 용인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탁구 스타 출신으로 미혼인 그는 “내 생애 마지막 축복으로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가대표선수들의 요람인 태릉선수촌 촌장에 내정된 이에리사 용인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탁구 스타 출신으로 미혼인 그는 “내 생애 마지막 축복으로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
“예전엔 탁구와 결혼했다고 했는데 이젠 아예 스포츠에 뼈를 묻었다고들 하겠네요.”

태릉선수촌 개촌 4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촌장이 탄생했다. 김정길(金正吉) 대한체육회장은 28일 이 에리사(51) 용인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를 제17대 선수촌장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1973년 유고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정현숙(단양군청 감독)과 함께 중국의 만리장성을 허물고 한국에 사상 첫 단체전 우승을 안긴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로선 여자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복식 금메달(양영자-현정화),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에선 복식 은메달(이은실-석은미)과 단식 동메달(김경아)을 일궈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 교수는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김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뜻하지 않은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짐을 진 기분이다. 내 생애 마지막 축복을 누린다는 영광된 마음으로 선수와 지도자, 또 그들의 가족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나중에라도 촌장이 여성이라서 잘못됐다는 얘기를 듣기 싫다. 여성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다가서기 쉽고 선수 출신이어서 후배들의 애환을 미리 알고 다독거려 주는 촌장이라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며 야무진 모습을 보였다.

미혼인 이 교수는 29일부터 태릉선수촌에 합류해 선수단과 숙식을 같이 하며 훈련을 독려할 예정. 탁구가 너무 좋아 결혼은 뒷전이었던 것처럼 “성격상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그는 “하도 경황이 없어 아직 학교에는 상의도 못했는데 촌장 재임기간 중 휴직계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2000년 3월부터 강단에 섰다.

이 교수는 대한체육회의 양대 요직인 태릉선수촌장과 사무총장을 공개모집으로 뽑은 이번 인사에서 당초 9인 인사위원회 멤버로 참가했지만 지원서를 낸 16명의 후보가 모두 추천을 받지 못하자 나머지 인사위원의 만장일치로 깜짝 발탁됐다.

사무총장에는 김재철(金在喆·59) 전 전남 행정부지사, 스포츠 외교 강화를 위해 상근직으로 바뀐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명예총무에는 김상우(金翔宇·51) 전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이 내정됐다. 이들은 다음 달 7일 대한체육회 이사회와 KOC 대의원총회의 동의를 얻어 정식 임명된다.


70년대 녹색 테이블 호령
현역 시절 이 에리사 교수는 ‘탁구 여왕’으로 군림했다. 1970년대 전성기 때 이 교수의 플레이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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