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 작가 쥘 베른 100주기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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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1828∼1905)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블라디미르 레닌과 함께 유네스코가 선정한 ‘가장 많이 읽힌 책을 펴낸 저자 10걸’에 뽑힌 프랑스 소설가다. 그가 펜 끝으로 만들어낸 캐릭터로는 ‘80일간의 세계 일주’의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 ‘해저 2만 리’의 네모 선장, ‘15소년 표류기’의 소년 브리앙과 백스터 등이 있다. 베른은 이 캐릭터들의 ‘생부(生父)’이자 과학소설(SF)의 원조로 불린다.

24일은 베른이 타계한 지 100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에 따라 그가 태어난 프랑스 서부 항구 낭트와 그가 30여 년 동안 살았던 프랑스 북부 아미앵에서는 추모행사가 줄지어 열리고 있다.

아미앵에서는 20일부터 쥘 베른 주간이 시작돼 그를 조명하는 심포지엄 전시회 영화전 콘서트 등이 열리고 있다. ‘쥘 베른 하우스’ 건립을 위한 모금도 이뤄지고 있다. 낭트에서 아미앵까지 500km를 오가는 특별 테제베(TGV)가 최근 개통됐으며, 아미앵의 관광사들은 베른의 발자취가 남은 곳과 100주기 행사장들을 잇는 3일짜리 코스를 89유로(약 12만 원)에 내놓았다. 공식 웹사이트(www.julesverne.fr)도 만들어졌다. 파리의 해양박물관은 그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베른이 1873년 발표한 ‘80일간의 세계 일주’ 속의 세계 일주가 오늘날 뱃길로는 얼마만큼 걸리는지 실행에 옮긴 행사도 열렸다. 프랑스인 브뤼노 페롱은 1월 24일 전장 37m짜리 배 ‘오렌지 2’호를 타고 우상 항구를 출발해 50일 만에 4만8000km를 항해해 지구를 한 바퀴 돌고 15일 귀환했다. 이 일로 그는 ‘쥘 베른 트로피’를 받았다.


프랑스 화가 디디에 그라페가 그린 '해저 2만리'의 삽화. 쥘 베른이 쓴 '경이의 여행' 소설의 하나인 이 작품은 잠수함 노틸러스호 승무원의 모험을 담았다. 사진제공 주니어 파랑새

쥘 베른 전시회는 미국 이탈리아 노르웨이 멕시코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열리고 있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프랑스 도서 전시장’에 ‘쥘 베른 코너’를 설치했다. 쥘 베른 소설들의 삽화와 책들이 전시되고 있다.

베른 소설의 번역판도 잇따라 국내에 나오고 있다. 열림원은 2002년부터 펴낸 ‘쥘 베른 컬렉션’(전 20권)의 제5, 6권인 ‘지구에서 달까지’와 ‘카르파티아 성’을 국내 처음으로 번역 출간했다. ‘지구에서 달까지’는 남북전쟁이 끝난 미국에서 무기개발의 명분을 잃은 ‘대포 클럽’ 회원들이 달나라에 이르는 포탄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작품. ‘카르파티아 성’은 흡혈귀 전설이 남아 있는 카르파티아의 성을 무대로 한 공포소설이다. 주니어 파랑새는 프랑스 화가 디디에 그라페가 삽화를 그린 ‘해저 2만 리’를 대형 판형인 ‘빅 북(Big Book)’ 시리즈 1권으로 내놓았다. 비룡소는 ‘15소년 표류기’를 펴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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