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여성 과음땐 불임되기 쉬워…피부-머리결도 망가뜨려

  • 입력 2005년 3월 20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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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고 늦게 들어오지 말아요.”

아내가 남편에게만 하는 부탁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역할이 커지면서 남편에게 이런 부탁을 듣는 아내도 늘고 있다. 지난달 한국여성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여성 10명 중 4명이 한 달에 2∼3회의 술자리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이 술을 마셔도 여성은 비슷한 나이와 체격의 남성보다 빨리 취한다. 남성보다 몸 속에 알코올 분해 효소와 수분이 적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금방 높아지기 때문. 건강과 미용에 미치는 해로움도 진행이 빠르고 정도가 크다.

술을 많이 마시는 젊은 여성은 호르몬 분비 기능에 혼란이 생겨 불임이 되기 쉽다.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여성의 몸에는 젖이 나오도록 자극하는 ‘프로탁틴’이 많아진다. 과다한 프로탁틴은 생리 주기를 무너뜨리고 심할 경우 월경을 멈춘다.

반대로 황체를 만들고 임신을 유지하는 ‘프로게스테론’ 분비는 줄어든다. 임신 초기의 여성이 술을 마시면 유산 위험이 커진다. 배란 후에 생리가 빨리 시작되므로 가임기간은 짧아진다.

임신 중 음주는 적은 양이라도 태아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알코올은 엄마 뱃속에서의 성장을 방해해 허약하고 작은 체구의 아이가 태어나게 한다. 장기 손상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 중추신경과 소뇌의 발달이 나빠 학습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임신부가 술을 마시면 태아의 외모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엄마 뱃속에서 알코올에 노출돼 ‘태아 알코올 증후군’에 걸린 아이는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작고 콧대가 낮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고 얼굴이 전체적으로 납작하며 인중이 불분명하게 될 위험도 있다.

과음하는 습관은 피부와 머릿결도 망가뜨린다. 과도한 알코올은 자율신경에 이상을 일으켜 혈관을 넓힌다. 혈관이 넓어지면 얼굴색이 붉어지고 진피의 탄력이 떨어져 피부가 거칠어지고 늘어진다. 여드름 피부는 염증이 악화된다. 비타민과 칼슘이 부족해져 머릿결은 탄력 없이 푸석거리게 된다.

(도움말=다사랑중앙병원 신재정 원장)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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