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그가 태어난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 ‘리영희’라는 한 지식인의 일생을 통해 본 한국현대사라 할 만큼 생생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 임헌영 씨가 최근 2년 반 동안 그와 나눈 대담을 글로 옮긴 것이다. 리 전 교수는 “하늘이 이제 그만 쓰라고 하는 것 같다”며 “이 책이 내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펴낸 책 가운데 가장 보람을 느낀 책은….
“‘전환시대의 논리’(1974년) ‘8억 인과의 대화’(1977년)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전환시대의 논리’는 캄캄했던 (유신) 시절 아무것도 몰랐던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시 정보기관에 난 참 위험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 같다.”(웃음)
―리 교수의 책들을 많이 읽은 ‘386’들이 현재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보는지….
“지난날보다 더 지혜로워져야 한다. 이젠 이분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 상황이 달라지면 지식인은 자기수정을 해야 한다. 단시일에 바꾸려는 것, 비타협적인 것, 독선, 과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는 학자,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다섯 차례 옥고를 치렀다. 당대 사회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는 지식인관(觀)을 실천하면서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역대 정권들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높게 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에서 군부세력을 분리시킨 공이 있다. 이건 굉장한 것이다. 김영삼 정권 시절 한국정치는 정상궤도로 들어섰다. 김대중 정권이 남북간 공존 화해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는 틀을 만들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살아날 수 없었을 것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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