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나는 무슨 씨앗일까?’…무엇이 되려는 씨앗일까

  • 입력 2005년 3월 4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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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씨앗일까?/박효남 외 지음·유준재 그림/168쪽·9000원·샘터(초등 고학년)

아이들은 씨앗과 같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씨앗만 보고는 나중에 어떤 싹을 틔울지, 어떤 꽃을 피울지, 어떤 열매를 맺을지 모른다.

하지만 충분히 햇볕을 쬐어 주고, 넉넉히 비를 맞게 하고, 거름을 충분히 주면 어느새 씨앗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라난다.

이 책에는 ‘나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할 무렵의 아이들을 위해 아홉 명의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햇볕이자, 비이자, 거름이 되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들의 직업은 특급호텔 총주방장(박효남)부터 동물행동학자(최재천),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강영우), 화가(김점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자(안철수),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서진석), 어린이신문 기자(김병규), 민속학자(임재해), 농부(이영문) 등 다양하다. 각기 다른 일을 하는 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꿈을 키웠고 원하는 바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 왔는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들려준다.

걸어 온 길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남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며 노력했다는 것.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요리를 배워 결국 최연소 총주방장이 된 박효남 씨가 소개한 초보 시절의 일화.

“선배들은 모두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중학교만 졸업한 나로서는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더 하고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두 시간 먼저 출근해 청소와 재료 정돈작업을 해 놓고, 선배들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웠습니다. 프라이팬을 능숙하게 돌리기 위해 야채 대신 소금을 넣고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감자를 깎기 위해 출퇴근 버스 안에서 계란을 쥐고 감자 깎는 연습을 하고 또 하였습니다. 퇴근 후에도 늦게까지 남아 선배들의 잡다한 일을 도우며 선배들이 나를 보면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노력하였습니다….”

9명의 이야기는 감동과 함께 아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심어준다.

이들이 체험으로 깨달은 삶의 교훈들은 부모들도 새겨볼 만하다. ‘나무 박사’ 서진석 씨는 나무로부터 배운 가르침을 이같이 들려준다.

“나무는 크든 작든, 쓰임새가 많든 적든 저마다 고유한 개성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도저히 상대적인 비교를 할 수가 없지. 살아있다는 것, 생명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서로 비교할 수도, 비교할 필요도 없는 것….”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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