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士 여가 엿보기]방일석 올림푸스 한국 사장

  • 입력 2005년 2월 17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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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드럼 스틱을 갖고 다니는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대표가 출장지인 홍콩의 하드락 카페에서 드럼을 치며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올림푸스한국
항상 드럼 스틱을 갖고 다니는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대표가 출장지인 홍콩의 하드락 카페에서 드럼을 치며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올림푸스한국
‘쿵쿵딱쿵 쿵쿵딱쿵.’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저녁 무렵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올림푸스한국 사무실 한쪽에서 작은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문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둔탁하지만 리듬이 분명한 소리…. 어느새 박자와 소리는 점점 빠르고 커진다. 책상 옆 한구석에 놓인 드럼 앞에서 흠뻑 리듬에 빠져 있는 사람은 올림푸스한국의 방일석 사장(42).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그에게는 8개의 사장과 부회장이라는 직함이 있다. 아시아와 중동 전역의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답게 국내에서 지내는 날보다 해외에서 지내야 하는 날이 더 많다.

하지만 일하는 공간이 서울과 해외로 나뉘어 있어도 꼭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드럼 스틱이다.

그는 6년 전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늘어나는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 조용히 드럼을 다시 시작했다. 고교시절 한때 밴드부의 일원으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그간의 잃어버린 감각과 연주 실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드럼 학원을 열심히 다녔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업무 속에 찌들어 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처음 그가 드럼에 빠졌을 때에는 부하 직원들도 의아해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들 자연스럽게 여긴다.

그에게 드럼은 추억의 메신저이다. 클라리넷, 색소폰, 드럼 등을 함께 연주하며 리듬을 맞추었던 먼 시간 속의 친구들을 가장 가까운 기억의 영역으로 끌어당긴다. 인생의 하프타임을 마치고 새로운 하프타임의 여정을 떠나는 중년의 그에게 지난 추억은 따뜻한 온정을 되살아나게 한다.

또 드럼은 ‘스트레스 매니저’이기도 하다. 왁자지껄하게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분위기도 나름대로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에는 뭔가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그는 분주하게 일하던 사무실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드럼 앞에 앉는다. 그리고 자신의 내부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것들을 리듬에 맞추어 날려 보낸다. 어느새 몸에는 힘차고 경쾌한 리듬이 재충전된다.

드럼은 그에게 전신운동의 효과적인 파트너이기도 하다. 한 달에 1주일 정도만 서울에서 일을 하고, 보통 3∼5일 간격으로 아시아와 중동지역을 옮겨 다니며 일을 챙기는 바쁜 일정 속에서 건강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저녁 때 들르는 클럽이건 악기 가게이건 상관없이 여건이 허락되는 장소라면 자신의 스틱을 꺼내 들고 리듬에 몸을 싣는다. 허리를 가지런히 세우고 무게중심을 잡은 뒤에 손목과 발목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리듬에 맞추어 움직임이 이어지다 보면 전신은 어느새 땀으로 흥건해진다.

드럼만 생각하면 요란하게 뿜어내는 소리 때문에 방음이 걱정된다. 게다가 덩치가 커서 놓을 장소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방 사장은 드럼의 흔적을 완벽하게 감추면서 즐기고 있었던 터라 함께 일하던 직원들조차 그가 수준급의 드럼 연주자라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그의 드럼은 운동할 만한 장소가 없거나, 정리가 안 되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 알라딘이 지닌 램프의 요정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 왔던 것이다. 이렇게 그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드럼 연주를 즐겨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혼자가 아닌 여러 음색과 조화를 이루는 밴드를 구성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아시아와 중동 시장을 아우르고 있는 그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처럼 말이다.

홍종희 웰빙소사이어티 대표 lizh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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