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1, 2’

  • 입력 2005년 2월 4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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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1, 2/1권 424쪽, 2권 256쪽·1권 1만6000원, 2권 1만2000원·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요새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 논술을 겨냥해 공부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때 이른 입시 논술 공부는 득보다 실이 크다. 논술 공식(?)에 맞춰 연습한 닮고 닮은 글은 감점요인만 될 뿐이기 때문이다.

논술에는 왕도가 없다. 진정한 논술 대비 방법은 폭넓은 독서와 깊은 성찰, 그리고 논리적 표현 연습뿐이다.

이 책은 긴 안목으로 논술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참고서들은 보통 어떤 내용이든 짧게 압축하여 설명해 주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생각의 시야를 폭넓게 하기 어렵다.

이 책은 사상가들의 생각을 요약하여 풀어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와 관련된 책들을 소개하면서 다양하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독서와 사유가 확장되게 하는 기폭제로서 짤막하게 안내 글을 던져 주는 형식이다.

체 게바라를 예로 들어 보자. 저자는 게바라의 약력과 사상을 설명하는 대신 국내에 출간된 관련 서적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준다. 알베르토 브레시아의 ‘체 게바라’는 도판도 흐릿하고 번역도 매끄럽지 못하다. 1970년대에 아르헨티나의 독재정권이 원판 자체를 없애 버린 탓이다.

‘체 게바라의 라틴 여행 일기’에서 발췌한 한 구절에서는 청년 의사로서 게바라가 보았던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고통 받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글 말미에는 “게바라의 특징은 자기 생각을 실현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 않고 자신이 직접 했다는 데 있다”는 싱클레어의 인물평도 덧붙어 있다.

이렇듯 책들에 담긴 사연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게바라는 티셔츠에 박힌 팬시(fancy) 캐릭터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사상가로 다가온다. 그가 왜 혁명을 꿈꾸었는지, 그가 박해받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한계는 무엇이었는지가 자연스레 감이 잡힌다. 아울러 그와 관련된 책들을 더 찾아 읽고 싶은 욕구 또한 자연스럽게 고개를 든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무려 100명이 넘는 인물을 소개한다. 소개서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할 필요는 전혀 없다. 공부하다가 어떤 인물이 궁금해졌다면, 아이 스스로 이 책에서 그와 관련된 항목을 찾아 읽게 해 보자. 그러면 아이 스스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스스로 가늠할 수 있을 터이다.

답을 직접 일러 주는 게 아니라, 답을 찾도록 격려하는 책.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은 이런 미덕을 갖추고 있는 책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학교 도서관 총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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