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황금광시대’…1930년대 한반도 휩쓴 金투기

  • 입력 2005년 1월 28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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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광시대/전봉관 지음/332쪽·1만2000원·살림

황금광 시대? 채플린의 영화에 등장하는 1849년의 캘리포니아가 아니다.

1930년 일본 정부는 ‘금본위제 복귀’를 선언했다. 그동안 저평가돼 온 금이 바야흐로 ‘생(生)돈’이 된 것이다. 1934년 ‘삼천리’ 잡지는 ‘웬간(웬만)한 양복쟁이로 금광꾼 아닌 사람이 별로 없고 지금은 금광 아니하는 사람을 미친놈으로 부를 만치 되었다’고 소개했다.

‘양복쟁이’ 중에는 지식인도 빠지지 않았다. 공학자들은 한반도의 지질구조와 최신 채굴법을 소개했고, 경제학자들은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황금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충고했으며, 변호사들은 광업 관련 법령을 설명하기에 분주했다.

왕건이 신숭겸의 잘린 진짜 머리 대신 묻어준 ‘황금 머리’ 때문에 후손들이 묘소를 밤낮으로 지키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1931년 일본 제국은 조선에서 엄청난 금이 생산된 덕분에 세계 5대 산금국(産金國)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이자 ‘황금을 연구하는 유일한 국문학자’로 자처하는 저자는 “투기에 사로잡혀 있던 황금광시대는 오늘날 우리 시대와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고 설명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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