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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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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 인사들은 정 씨의 영입 시점이 ‘절묘했다’고 말한다. 그는 1997년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집행부와 갈등을 겪은 끝에 2005년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시아 유럽 등 2개 대륙에서 3, 4 개의 고정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해 온 그의 3개 직책 중 한 개가 만료돼 2005년 이후 새로운 자리를 맡을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정 씨는 최근까지 2, 3곳의 유럽 1급 악단으로부터 영입 교섭을 받고 수락 여부를 저울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최종 결심하게 된 계기는 서울시의 파격적 지원 약속. 그는 1998년 KBS교향악단을 떠날 때 “부지휘자 선임을 비롯한 지원 약속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으며 이후 한국 당국자들의 문화 마인드를 의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시가 한강대교 아래 중지도에 오페라극장과 교향악연주회장을 비롯한 복합공연단지를 건립하며 서울시향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자 그의 마음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로서는 정 씨의 영입이 ‘다목적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시장이 취임 이후 ‘로린 마젤(현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급의 거장을 영입하겠다’고 밝혀온 것은 마젤 씨가 콘서트와 오페라 양면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독일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DG) 전속으로 세계 1급의 지명도를 갖고 있으며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등 오페라와 콘서트 양면에 정통한 정 씨가 적합한 카드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정씨가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며, 2007년 개관하는 중지도 공연단지에서 ‘오페라 예술감독’ 등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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