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희망’이 주는 놀라운 기적

  • 입력 2005년 1월 14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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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중의 암자는 쓸쓸하다. 바람 소리만 찾아올 뿐 인적은 자취가 없다. 그런 산중에 어느 날 처사 한 분이 찾아왔다. 산 깊은 암자의 길손이 반가웠다. 그는 내게 암자에 찾아온 사연을 말했다. 간암 판정을 받고 마지막 살길을 찾아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몇 달이고 묵게 해 달라는 그의 부탁을 나는 흔쾌히 들어주었다.

산에 들면 산을 닮아 가듯 절집에 사는 그도 역시 나를 닮아갔다. 머리를 삭발 하고 옷도 꼭 먹물 든 옷만을 입었다. 가끔씩 간암 판정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긴 한숨을 내쉬는 그에게 나는 낙망하지 말고 기도하라고 했다. 낙망은 암의 진행을 가속화하고 기도는 희망의 놀라운 힘을 줄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그는 조금씩 절망에서 희망으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는 기쁨이었다. 그와 마주할 때마다 나는 상상해 보고는 했다. 만약 내가 암에 걸렸다면 어떻게 했을까. 판정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만 같았다.

그는 날마다 달라져 갔다. 새벽이면 일어나 예불에 꼬박꼬박 참석했고 공양 후에는 산길을 잊지 않고 걸었다. 그는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고 움직였다. 대답은 아주 경쾌하게 했고, 입가에는 언제나 미소를 띠며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는 스스로를 그렇게 비워 나갔던 것이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다녔는데 그때마다 웃으며 돌아왔다. 그는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몇 번이고 내게 들려주었다. 그는 모두 일곱 번 병원에 다녀왔다. 마지막 병원에서 오던 날 이제는 거의 정상이라는 기쁜 소식을 들고 달려왔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부처도 감응한다고 했던가. 그는 오늘이 그냥 온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노력했다고 한다. 즐거워지기 위해 노력했고 절망을 이기기 위해 수없이 기도했다고 한다. 그의 희망은 그가 만든 것이다. 그의 기쁜 소식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절망은 언제나 극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불교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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