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영웅시대’ 조기종영 방침…외압 논란

  • 입력 2005년 1월 7일 0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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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삼성가(家), 그리고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사를 다룬 MBC TV 드라마 ‘영웅시대’(월화 밤 9:55·사진)가 뚜렷한 이유 없이 다음달 조기 종영될 예정이어서 외부 압력 시비가 일고 있다.

‘영웅시대’의 작가 이환경 씨는 6일 “지난해 12월 말 MBC 고위관계자에게서 2월 둘째 주 방영분까지만 집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경영진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MBC는 2일 ‘영웅시대’의 출연자와 스태프들에게 “드라마의 경쟁력이 없다”며 “일단 2월 중순까지만 방송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7월 5일 처음 방송된 대하드라마 ‘영웅시대’는 당초 올해 6월까지 방영될 예정이었다.

작가 이 씨에 따르면 MBC는 2월부터 방영될 예정인 이 드라마의 베트남 현지 촬영분 제작을 지원하지 않고 있어 실질적으로 종영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의 태국 진출과 삼성 계열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사건을 다룬 4일 ‘영웅시대’의 시청률은 17.2%였다(TNS미디어코리아 조사). MBC는 최근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시트콤 ‘조선에서 왔소이다’와 아침 드라마 ‘빙점’을 조기 종영한 바는 있지만 20% 가까이 시청률이 나오는 드라마를 조기 종영한 경우는 없어 의문을 낳고 있다.

MBC 박종(朴鍾) 제작본부장은 “‘영웅시대’가 평가도 좋지 않고 쓸데없는 오해도 받는 것 같다”며 “그러나 아직 조기 종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창업주, 이병철(李秉喆) 삼성그룹 창업주 등 현대와 삼성가의 인물들 및 박 전 대통령,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의 과거 활동상을 다룬 이 드라마는 방영 초기부터 해당 기업과 정치권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작가 이 씨는 “여권으로부터 ‘조심해서 쓰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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