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사건 휘말려 7년째 검찰 보관중인 ‘고려 총통’ 진품 논란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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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창고에 보관돼있는 청동 총통.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 총통일 가능성이 있다. 사진 제공 YTN
서울중앙지검 창고에 보관돼있는 청동 총통.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 총통일 가능성이 있다. 사진 제공 YTN
일부 감정가가 고려시대에 제작됐다고 추정한 총통(銃筒)이 7년째 검찰에 보관 중이라는 사실이 20일 알려지면서 진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8년부터 서울중앙지검이 보관 중인 총통은 길이 30.2cm, 지름 4.6cm의 크기로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1998년 4월 골동품상 A 씨로부터 총통을 넘겨받은 친구 B 씨가 이것을 고려시대 총통이라며 C 씨에게 2000만 원에 팔았다. 하지만 C 씨가 “중국산 총통을 속여 팔았다”며 B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해 B 씨가 구속됐고, 1998년 5월 총통도 증거물로 검찰에 압수됐다.

1심과 2심에서는 사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는 “총통이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이 애매하게 표한 것은 제작시기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

총통 표면에는 명문(銘文) 19자가 새겨져 있는데 ‘홍무18년(洪武十八年)’은 명(明) 태조 주원장의 연호로 1385년에 해당되며, 이 시기에는 고려시대에 화포를 제작한 최무선이 생존해 있었다. 또 ‘양광(楊廣)’은 경기도와 충청도 일원에 설치된 고려의 행정지명.

만약 명문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시대 총통으로 국보급이다.

한편 사기사건은 종결됐지만 총통의 원주인 A 씨가 8월 총통을 최종 구입한 C 씨를 상대로 물품인도청구 소송을 제기해 소유자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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