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철학의 눈으로 전쟁을 본다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16분


철학연구회(회장 황경식 서울대 교수)는 27일 동국대에서 ‘정의로운 전쟁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가을 학술발표회를 갖는다.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형용모순의 개념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이번 발표회에서는 특히 이라크전이 과연 정당한 전쟁인가를 두고 연세대 철학과의 두 학자가 찬반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끈다.

박정순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전은 정당하고 이라크전은 부당하다’는 미국 프린스턴대 마이클 왈저 교수의 주장을 소개한다. 반면 양진석 강사는 같은 정의전쟁론(正義戰爭論)의 기준을 원용해 이라크전은 정당하다는 논리를 펼친다.

▽정의전쟁론=서구에서 ‘정의로운 전쟁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변방 이교도들의 침략에 직면한 로마제국 시기의 기독교 교회가 초기 평화주의를 버리고 신도들의 참전을 정당화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근대국가의 등장과 함께 국가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현실주의가 득세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러다가 베트남전을 통해 정의전쟁론이 새롭게 등장한다.

이를 부활시킨 대표적 이론가가 왈저 교수. 그는 모든 전쟁을 부정하는 평화주의와 모든 전쟁을 정당화하는 현실주의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정의전쟁론을 새롭게 전개했다. 그의 정의전쟁론은 3가지 체계로 구성된다. 전쟁의 명분에 초점을 둔 ‘전쟁 개시의 정의’, 전쟁 발발 후 그 수단에 초점을 둔 ‘전쟁 수행의 정의’, 그리고 전후 처리에 초점을 둔 ‘전쟁 종결의 정의’가 그것이다.

▽이라크전은 정의로운가?=이라크전의 정당성에 대한 논점은 ‘전쟁 개시의 정의’로 모아진다. 여기에는 △정당한 명분 △의도와 명분의 일치 △합법적 권위에 의한 선전포고 △최후의 수단 △승리의 가능성 △전쟁 수행의 손실이 그렇지 않을 경우 초래되는 손실보다 적을 것 등 6가지 원칙이 제시된다. 이라크전에서 문제가 되는 조항은 명분의 정당성, 의도와 명분의 일치, 불가피한 최후수단이었는가 등이다.

왈저 교수는 정당한 명분을 크게 셋으로 나눈다. 침략전쟁에 대한 방어전쟁, 명백하고 긴박한 위협이 예상될 경우의 선제공격, 그리고 인도주의적 원칙에 입각한 개입전쟁이다. 아프가니스탄전쟁은 알 카에다의 침공에 대한 방어전쟁으로 정당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라크전은?

양 강사는 이라크전이 명백하고 긴박한 위협에 대한 선제공격으로서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비록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그 개발 의지가 확인됐고 알 카에다와의 연계를 시도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 또 이라크전쟁은 종교적 혐오감에 따른 복수가 아니라 독재자의 수중에 대량살상무기가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점에서 명분과 의도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왈저 교수가 이라크에 대한 무장해제라는 명분은 합당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소개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쟁이 아닌 외교적 압력과 경제적 봉쇄조치를 통해서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최후의 수단’ 조항에는 어긋난다고 보았다고 주장한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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