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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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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는 일제강점기 변호사로 조선인들의 권익을 위해 애쓴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달 12일 일본인 최초로 건국훈장을 추서 받은 후세 다쓰지(布施辰治·1880∼1953·사진) 추모 모임의 한국인 회원들과 한일문화교류회 회원 20여명이 공동 주최한 것. 이 교류회는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인들의 모임이다.
‘후세 선생을 연구하는 모임’의 정준영(鄭畯泳·65) 대표는 “후세 선생은 1925년 여름 홍수로 조선에 많은 수재민이 발생하자 ‘조선수재민 구호운동, 구호금품 전달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며 “그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어 거리로 나왔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후세씨는 박열 부부의 일본천황 암살 미수사건(1923년), 의열단 단원 체포사건(1923년), 일본 황궁에 폭탄을 던진 김지섭 의사의 ‘일본천황 시해 미수사건’(1924년) 등 조선 독립투사들의 변호를 도맡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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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1919년 3·1운동 때 ‘조선독립운동에 경의를 표한다’는 논문을 발표해 변호사 자격을 정지당하기도 했다.
한편 정 대표는 1930년대 후반 후세씨의 일본 도쿄(東京) 집에 머물던 한국인 유학생들의 명부인 ‘후세 리스트’를 공개했다. 후세씨가 조선인들을 변호하다 투옥되고 변호사 자격까지 정지당하자 당시 일본의 조선인 유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대거 그의 집으로 몰려가 하숙을 자청했었던 것.
모금행사장 앞을 지나던 이경현씨(46)는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만 갖고 있었는데 일본인 변호사가 한국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도왔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성금을 냈다.
정 대표는 이번 행사에서 약 300만원을 모금했으며 지인들에게 부탁해 돈을 좀 더 모아 일본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일문화교류회 와타나베 미카 회장은 “최근 한류 열풍으로 많은 일본인이 한국을 가깝게 느끼고 있다”며 “이번 행사로 사랑을 나눠주는 한국인들의 따뜻한 정성에 감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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