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기정]정부 성토장 된 경제심포지엄

  • 입력 2004년 10월 25일 18시 29분


“소위 ‘4대 개혁 입법’은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는 반(反)시장적인 정책이다.”

“자주와 민족공조라는 실체 없는 이상이 한국을 국제사회의 외톨이로 만들었다.”

22일 서울 경희대에서는 시장경제주의자들의 ‘정부 성토대회’가 열렸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으로 이어지는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연구하는 학자 등의 모임인 ‘한국 하이에크 소사이어티’가 주최한 ‘자유주의 정책 심포지엄’이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분야 학술대회가 자주 그랬듯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줄을 이었다.

김영용(金永龍) 전남대 교수는 “정부가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개정 △과거사 관련 법률 제정 △신문관련법 개정 등 4대 입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개혁으로 포장된 역사의 후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방침은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김인영(金仁寧) 한림대 교수는 “정치행위의 대부분이 정당의 사익(私益)이나 공익으로 포장된 보스의 이익, 보스와 그 주변의 패거리식 한풀이로 점철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와 여당은 경제 회생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반시장적’ ‘좌파적’이라는 비판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왔다.

하지만 시장은 액면대로 믿지 않는 듯하다. 청와대와 여당은 ‘오른쪽’을 보면서는 경제가 최우선 정책과제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국보법 폐지나 과거사 청산, ‘신문 악법(惡法)’ 등에서 나타나는 대립구도에서는 ‘왼쪽’을 강하게 의식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의 현대사를 돌이켜보면 경제 위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시장경제 자체를 회의하거나 사유재산권을 지켜야 한다는 원론적인 논쟁은 없었다.

하이에크는 사회주의를 겨냥해 “진화하고 있는 사회의 질서를 의도적으로 바꾸거나 새롭게 설계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갈파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한국이 사유재산권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지 답답했다.

고기정 경제부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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