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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16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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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8월 25일 ‘아일랜드’ 제작발표회에서는 기자들이 거의 질문을 하지 않을 정도로 무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9월 1일 아일랜드 첫 방영 후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1위에 오를 만큼 주가를 올리고 있다.
‘아일랜드’의 시청률이 10∼12%(TNS미디어코리아)인 점을 감안하면 현빈의 인기는 예상 밖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수호천사형 조연이 더 매력적=현빈이 맡은 강국은 해외입양아로 가슴속에 깊은 상처가 있는 이중아(이나영)를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역할이다. 그는 극중에서 김민준과 이나영의 사랑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수호천사’ 캐릭터다.
‘아일랜드’ 인정옥 작가는 “현빈 같은 캐릭터는 ‘한 남자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고 싶다’는 여성들의 환상을 투영하고 있다”며 “가까이서 중아를 배려하는 캐릭터도 시청자의 감성에 다가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호천사’ 스타일은 여자 1명을 두고 남자 2명이 삼각관계를 이룰 때 두 남자 중 조연급에서 두드러지는 캐릭터. 이런 타입의 남자는 여자에게 헌신적이고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여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늘 곁에서 도와준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주철환 교수는 “수호천사 캐릭터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 신드롬과는 또 다른 판타지”이라며 “현실에선 보기 어려운 스타일이어서 여성들이 더 몰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빈에서 원빈까지=톱스타들은 데뷔 초기 수호천사 스타일의 연기로 주연 못지않게 인기의 발판을 다졌다. ‘대장금’(MBC)의 지진희는 드라마 초반 미약한 캐릭터였지만 임금인 중종과 연적 관계 속에 대장금의 수호천사로 인기를 끌었다.
‘형수님은 열아홉’(SBS)의 윤계상도 정다빈에 대한 사랑을 숨기고 가슴 아파하는 역할로 주연(김재원)보다 더 공감을 얻고 있다. ‘파리의 연인’(SBS)의 이동건도 유사한 캐릭터를 통해 정상급 연기자로 자리 잡았다.
수호천사형 조연들은 부드러운 남자이지만 저돌적일 때도 있다. ‘불새’(MBC)의 에릭이나 ‘가을동화’(KBS2)의 원빈이 그런 스타일. 에릭은 직설적이면서도 은주를 늘 정겹게 대했다. 원빈도 여주인공 송혜교에게 거칠게 다가가지만 순수한 사랑의 이미지를 발산했다.
▽여자 2명은 콩쥐 팥쥐=남자 1명과 여자 2명의 삼각구도를 지닌 드라마에선 ‘여자 수호천사’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드라마에선 조연급 여주인공이 악녀로 나오기 때문. 최지우와 권상우의 사이를 방해하는 ‘천국의 계단’(KBS)에서의 김태희를 비롯해 ‘명랑소녀 성공기’(SBS)의 한은정, ‘라이벌’(SBS)의 김민정이 그런 케이스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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