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8월 25일 19시 0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30여년간 모아온 고지도를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한 서정철(한국외국어대 불어학과 명예교수), 김인환씨(이화여대 불문학과 명예교수) 부부의 말이다.
이들 부부는 우연한 기회에 한장 두장 모은 고지도 150여점을 역사적 사료로 써달라며 지난해부터 몇 차례에 나눠 박물관에 기증했다.
지도 중에는 16∼18세기 한중간 국경과 대마도, 독도 등이 명확히 표기돼 있어 역사적 사료가 높은 해외지도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한중일 영토분쟁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서 교수는 “처음에는 학자적 호기심과 민족의 자존심 때문에 수집하게 됐는데 나중에는 수집 자체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1960년대 말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던 서 교수 부부는 베르사유 궁전 벽에 걸린 지도에 한반도 오른쪽의 바다가 ‘동해(Oriental Sea)’로 표기된 것을 보고 귀국 후 여러 학자들에게 관련 연구를 권유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던 중 1974년 동아일보에서 ‘여러 세계지도에 일본해 이전에 동해로 표기됐었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고 그 지도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시 프랑스로 갔다.
그러나 그 지도가 사본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진품을 찾아 나섰고 결국 진품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고지도 찾기에 푹 빠졌다. 유명한 외국의 고서점과 경매장을 거의 다 둘러봤을 정도.
서 교수는 “지도는 종이 한 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별 지역별로 다양하게 진화한다”며 “전공은 아니지만 지도 한 장을 통해 역사와 시대를 읽을 수 있었던 지적 충만함만으로도 충분한 수집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역사박물관은 이 중 역사적 사료가치가 높은 지도 80여점을 골라 다음달 1일부터 올해 말까지 전시할 계획이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