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데이트]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돌풍 조승우

  • 입력 2004년 8월 20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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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의 카리스마가 무대를 압도하는 대목은 한 몸으로 상반되는 성격의 두 인물 지킬과 하이드를 동시에 연기하고 노래할 때다. 그는 역할이 주는 부담 때문에 “공연 시작 후 3주만에 몸무게가 8kg이나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강병기 기자
조승우의 카리스마가 무대를 압도하는 대목은 한 몸으로 상반되는 성격의 두 인물 지킬과 하이드를 동시에 연기하고 노래할 때다. 그는 역할이 주는 부담 때문에 “공연 시작 후 3주만에 몸무게가 8kg이나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강병기 기자
《대형 뮤지컬 공연이 유난히 많았던 올여름, 최대 화제작은 단연 ‘지킬 앤 하이드’였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지난달 27일 시작해 이달 21일 막을 내리는 이 공연의 객석 점유율은 98%. 18일 현재 총 관람객은 4만명이다. 공연이 끝나기 2주일 전 이미 마지막 회까지 매진됐고,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는 9만원짜리 표가 15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흥행 성공의 1등 공신이 주인공 조승우(25)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조승우의 힘’은 뮤지컬에 관심이 없던 관객까지 공연장으로 끌어낸 것에서도 확인된다. 18일 공연을 보러 온 대학생 맹은숙씨(23·여·서울 노원구 중계동)는 “스크린이 아니라 무대에 선 조승우를 보고 싶어 왔다”며 “뮤지컬 관람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낮 공연을 마친 조승우를 18일 무대 뒤에서 만났다.》

분장을 지우고 걸어오는 모습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워낙 에너지를 이 작품에 쏟아 내다 보니 “공연 시작 후 3주 만에 몸무게가 8kg이나 빠졌다”고 털어 놓았다.

“제가 그동안 영화도 하고 뮤지컬도 했지만 이렇게 표가 없어서 난리가 난 건 처음이에요(웃음). 첫 공연 후 관객에게 인사하러 무대에 나왔더니 이미 다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있는 거예요. 순간 눈물이 핑 돌더군요.”

공연마다 기립박수는 계속됐다. 좀 더 가까이에서 그를 보고 ‘디카폰’에 그의 모습을 담기 위해 무대 앞쪽으로 관객들이 몰려나오는 풍경은 인기가수의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그런 반응이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었다. 이번까지 6편의 뮤지컬을 한 그는 단 한 번도 무대가 두려운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무대공포증’을 겪었다고 했다.

“이 공연은 하면 할수록 더 떨려요. 공연 시간이 다가올수록 손은 찬데 손바닥에서는 축축하게 땀이 흘러요. 공연 전 혼자 빈 무대에서 기도도 하고…. 그러고도 불안하면 스태프에게 기를 나눠달라고 해요. 그러면 다들 와서 제 손을 한번씩 잡아주시죠.”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이자 관객들이 가장 열광하는 부분은 2부에서 그가 홀로 무대에 서서 ‘대결(The Confrontation)’을 부르는 3분간이다. 지킬과 하이드가 노래를 주고받으며 갈등을 빚는 장면을 그는 두 가지 목소리로 노래하며 열연한다. 완벽하게 ‘두 사람’이 되는 그의 연기와 노래, 무대를 꽉 채우는 카리스마에 관객들은 압도된다.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는 노래만이 아니라 연기까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조승우가 보여줬다”(김종헌·뮤지컬 제작사 PMC 이사), “조승우의 표정과 연기는 도저히 그 나이의 것이 아니다”(설도윤·설앤컴퍼니 대표) 등 그의 연기에 공연계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심지어 “불과 25세의 배우가 저런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아픈 경험이 많았을 수밖에 없다”는 추측도 나온다. 성장과정이 궁금했다.

“제가 워낙 곱게만 자라서….”

수많은 팬들을 설레게 한 특유의 싱긋한 웃음을 지으며 능청을 떨던 그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몇 년 전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 1년 내내 가슴앓이를 했던 기억”과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유년시절”을 말했다. 그는 어머니, 누나와만 줄곧 살아왔다. 그의 아버지는 70년대 인기가수였던 조경수씨.

조승우는 ‘겹치기’로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영화 1편, 뮤지컬 1편 꼴로 출연해 왔으니 이제 스크린에서 그를 만날 차례다. 그는 “자폐증을 앓는 다섯살 지능의 청년 마라토너로 등장하는 영화 ‘말아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조승우는…▼

△1980년 생 △단국대 연극영화과 휴학 중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으로 영화 데뷔 △2000년 ‘의형제’ ‘명성황후’로 뮤지컬 데뷔 △영화 ‘후아유’ ‘클래식’,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카르멘’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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