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中동북지역 동일문화권 입증…빗살무늬토기 대거 발굴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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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주로 출토되던 빗살무늬토기가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의 초기 신석기유적과 러시아 연해주에서 잇달아 발굴됐다.

이번 발굴은 옛 고구려의 영토인 중국 동북지역과 한반도가 신석기시대 초기부터 같은 문화권이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고구려의 문화적 독자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28일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츠펑(赤峰)시에서 열린 고대북방문화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했던 임효재(任孝宰·고고학) 서울대 교수는 “네이멍구 지역 신석기 유적인 싱룽와(興隆窪) 유적 최하층에서 빗살무늬 토기들이 대거 발굴됐음이 학계에 처음으로 발표됐다”고 9일 밝혔다.

기원전 6000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토기는 빗살무늬 또는 사각형 안에 여러 겹의 빗선을 그어 넣은 기하학적 무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신석기 유적에서 출토되는 빗살무늬토기와 매우 유사하다. 빗살무늬토기는 강원 양양군 손양면 오산리의 신석기 유적을 비롯해 한반도 지역에서 주로 출토되고 있으며 제작연대는 기원전 6000년 이후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싱릉와 유적에서 출토된 빗살무늬토기(맨위)와 한국 서울 암사동 신석기유적에서 출토된 빗살무늬토기(아래 왼쪽). 중국 황하 유역에서 출토된 대표적 채색토기.-사진제공 임효재

한반도 지역의 빗살무늬토기 문화가 청동기시대에는 고구려의 근거지였던 중국 동북지역 등에서 비파형 동검과 고인돌 문화로 발전한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는 고구려가 중국 문화의 본류인 중원문화와는 다른 문화적 기반을 바탕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신석기문명=중국의 허우와(後9)와 샤오주(小珠)산 지역 등 한반도와 가까운 지역에서도 빗살무늬토기가 출토된 적은 있으나 제작연대가 한반도에서 출토된 것들보다 2000∼3000년 늦은 기원전 3000∼4000년이었다. 이로 인해 학계에서는 한반도 신석기 문명이 일부 중국지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해 왔다.

임 교수는 “이번에 네이멍구 지역에서 발굴된 빗살무늬토기는 제작연대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유적인 양양군 손양면 오산리 유적 등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한반도와 네이멍구 지역에서 같은 토기가 나왔다는 점은 오랜 옛날에는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역이 같은 문화권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중국의 신석기문명=황허 유역을 근거지로 한 채색토기와 한반도 북부 및 네이멍구, 중국 동북지역에서 출토되는 갈색토기로 대별돼 왔다. 채색토기는 대개 받침이 있는 토기에 색을 칠한 반면 갈색토기는 바닥이 평평한 평저형(平底型)으로 갈지(之)자나 사람인(人)자 형의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져 있다. 중국학자들은 신석기 채색토기 문명을 한족(漢族) 문명으로, 동북3성 지역의 갈색토기는 이와는 다른 별도의 중국문명으로 해석해 왔다.

일부 한국학자들은 갈색토기의 갈지자나 사람인자 무늬가 한반도의 빗살무늬토기와 유사한 기하학적 문양이라는 공통점을 들어 두 토기를 같은 문명권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갈지자나 사람인자 무늬의 경우는 나무토막이나 돌, 조개껍데기 등으로 눌러서 만든 반면 빗살무늬토기는 날카로운 송곳 등으로 그어서 음각한 제작방식의 차이로 인해 학계의 공인을 받지 못했다.

▽신석기 청동기 시대의 독자적 발해연안 문화권=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또 조선족인 강인호(姜寅虎) 중국 베이징대 고대문명연구중심 객좌연구원이 러시아 연해주의 카마 신석기 유적에서 출토된 기원전 4000년경 토기가 한반도의 첨저형(尖底型·바닥이 뾰족한 모양) 빗살무늬토기와 같다는 점을 보고했다.

첨저형 빗살무늬토기는 주로 청천강 이남에서만 출토됐다는 점에서 이 역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일대가 고대에 동일 문화권을 형성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이번에 발굴된 네이멍구와 연해주의 빗살무늬토기가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독자적 문화권으로 발전해 나갔는지를 규명하면 중국의 ‘고구려사 빼앗기’의 비역사성을 반박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문대 이형구(李亨求·고고학) 교수는 “이번 발굴 결과는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지역의 문화권과 한반도의 문화권이 같은 기원임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라면서 “이는 그동안 한반도 신석기와 청동기 문화가 시베리아에서 유래했다는 시베리아기원설을 뒤집는 동시에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역 일대를 엮는 발해만 연안에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 문화권이 형성됐음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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