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사진계 代父’ 佛작가 브레송 타계

  • 입력 2004년 8월 5일 19시 16분


코멘트
20세기 사진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전설적인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프랑스 남부의 자택에서 2일 타계했다고 프랑스 문화부가 5일 밝혔다. 향년 95세.
20세기 사진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전설적인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프랑스 남부의 자택에서 2일 타계했다고 프랑스 문화부가 5일 밝혔다. 향년 95세.
그는 엄격하고 차가운 구도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아 사진을 예술로 끌어 올린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사진통신사인 ‘매그넘(MAGNUM)’의 창설자이자, 스페인 내전의 기록사진, 제2차 세계대전 후 귀국하는 프랑스 장병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으로 유명하다.

1908년 프랑스 파리 근교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처음에는 그림을 그렸으나 30년대부터 사진에 몰두해 사진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1946년 뉴욕 근대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작품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이듬해 ‘매그넘’을 창립했다.

20세기에 고스란히 걸쳐 있는 생을 살다 간 그는 스페인 내전부터 1968년 프랑스 학생봉기까지 세계사의 굵직한 현장들의 중심에 있었고 당대의 가장 위대한 탐방기자로 대우받기도 했다. 사진작가로는 처음으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개인전(1955년)을 열었다.

그는 말이 사라진 세계에서 이미지라는 ‘도(道)’를 추구한 ‘사진의 선승(zen master)’이라고 불렸다. 사수가 과녁을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과녁 자체가 되어야 하듯 사진가는 자신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사물들의 존재만 남겨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작 ‘생 나자르 역 뒤에서’(1932년). -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는 평생 라이카 카메라만 애용했으며 연출이나 트리밍을 하지 않았다. 플래시도 안 썼고 광각이나 망원렌즈도 멀리 했다. 또 흑백사진만 고집했다. 당대 유명인들을 숱하게 찍었지만 정작 자신은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했다.

자신의 작품에도 때와 장소만 적을 뿐 따로 제목을 안 붙였다. ‘결정적 순간’이란 바로 그의 작품세계를 응축한 단어. 이 말은 단순한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 자체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을 뜻한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그의 죽음에 대한 추모 성명을 통해 “프랑스는 천재 사진작가이자 진정한 대가, 그리고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가장 재능 있는 예술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