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연공서열 파괴인사 ‘술렁’…간부 84% 줄여

  • 입력 2004년 8월 5일 01시 19분


코멘트
KBS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술렁이고 있다.

KBS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3일 발표한 인사를 통해 기존 국장 부장 차장 자리를 없애고 부서장을 팀장으로 단일화했다. 이로 인해 1120명에 이르던 간부가 184명으로 줄었다. 간부 자리가 84%나 없어진 것.

이와 함께 평사원이 팀장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 평사원 5명과 차장급 30명이 연공서열을 뛰어넘어 팀장에 임명됐다. 반대로 국장급 124명 중 79명(64%)이 평팀원이 됐다. 평팀원이 된 간부급 인사는 직책수당과 업무추진비 등이 줄어들어 전체 임금도 깎일 수밖에 없게 됐다. 국장급의 경우 연 1000만원까지 수입이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 대해 KBS 내부에서는 “방만한 조직을 해체하고 능력위주 인사로 효율성을 높였다”는 긍정론과 “수십년간 쌓아온 조직 경험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비판론이 뒤섞여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갑자기 직책을 잃어버린 중간간부층에선 ‘직장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조직적 반발에 나서고 있다.

입사 20년차의 부장급 간부는 “기존 피라미드식의 직제구조에서는 간부들이 ‘견제’에 나설 경우 사장의 노선과 방침이 힘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팀제를 도입했다. 정연주 사장과 노조의 조직 장악 음모가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입사 10년차의 한 PD는 “감사원 감사 등에서 KBS의 방만한 경영이 항상 비판의 도마에 오르지 않았느냐”며 “이번 팀제 도입은 1년 전부터 공개적으로 논의돼 왔고 아래로부터의 의견을 취합한 것이기 때문에 사장이 바뀌더라도 뒤집을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 파트에서는 벌써부터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졸지에 제작 일선에 나서게 된 과거의 간부들은 태업 기미를 보이고 있고 젊은 PD들은 실무에 어두운 이들을 따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정 사장은 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팀제 도입의 취지를 설명하는 등 조기 진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직장협의회 등 기존 간부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