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7월 9일 18시 3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후지쓰배 세계바둑대회에서 우승한 박영훈 9단(19·사진)은 아버지 박광호씨(51)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그는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일류 기사를 만들겠다며 여섯살짜리 아들에게 반강제로 바둑을 가르쳤던 아버지의 꿈을 입단 5년 만에 실현시켰다.
박씨가 아들에게 쏟은 정성은 바둑계에서 ‘바지바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했다. 그는 후지쓰배 우승 후 귀국한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했으니 더 이상 뒷바라지하지 않겠다. 이창호 9단에 버금가는 존경받는 기사가 되어라.”
결승전 전날 박 9단은 요다 9단과 바둑 두는 꿈을 꿨다. 꿈에서는 시종 내몰리다가 졌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다.
“세계대회 결승에 오르면 군 복무를 면제받기 때문에 4강전이 가장 부담스러웠습니다. 특히 4강에 오른 유창혁 9단, 송태곤 7단, 요다 9단 중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유 9단과 만나 많이 긴장했어요.”
4강전에서 유 9단을 이기자 결승전은 ‘보너스’라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평소에도 요다 9단에겐 자신 있었다고 한다.
박 9단은 “아버지가 최근 경영하는 케이블방송 바둑CH의 형편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 후지쓰배에서 우승해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조치훈 9단과 맞붙었으나 막판에 어이없는 실수로 졌다.
“충격이 컸습니다. 하지만 낙천적 성격이어서 2주 정도 지나자 말끔히 정리됐어요.”
그는 끝내기에 강하다. 복잡한 변화보다 알기 쉬운 진행을 좋아한다. 대박 대신 한푼 두푼 모으는 스타일이다.
85년생 동갑인 최철한 8단이나 원성진 5단처럼 대학을 가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제대로 대학생활을 할 수 없을 바에야 바둑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전인 LG정유배와 전자랜드배 본선에 올라 와 있다. 그는 “2001년 천원전 우승 외에는 국내 기전에서 부진했다”며 “세계대회 우승을 계기로 국내 기전도 우승 목록에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