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특허출원 80여건…성형외과 전문의 이희영씨

  • 입력 2004년 6월 2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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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 직업은 의사입니다.” ‘발명왕 의사선생님’ 이희영 박사가 자신이 7년여에 걸쳐 완성한 최소침습 안면윤곽기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원대연기자
“그래도 제 직업은 의사입니다.” ‘발명왕 의사선생님’ 이희영 박사가 자신이 7년여에 걸쳐 완성한 최소침습 안면윤곽기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원대연기자
성형외과 전문의 이희영(李喜永·38) 박사는 ‘발명왕 의사 선생님’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특허 출원만 80건을 넘게 했다. 제품으로 만들어져 상용화되고 있는 것만도 8개.

‘최소침습 안면윤곽기’, ‘지방이식기’, ‘지방흡입기’, ‘다용도 석션기’, ‘수술용 회전면봉’…. 모두 성형외과 의사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발명품이다.

자칫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윤곽수술(뼈를 깎는 수술)의 위험성을 감안해 1996년부터 안면윤곽기를 만들기 시작해 지난해 완성한 게 가장 큰 성과. 이 기계는 절개를 최소화하고 조그만 관을 통해 뼈를 깎는 의료기기다. 수술의 위험성을 줄이고 얼굴 형태의 다양한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각지에서 수만 개의 부품을 사고 50번 이상의 시행착오, 20번의 모델 변경을 거쳐 완성했다. 이 기계 하나 만드는 데 들어간 특허 출원만도 수십 개. 금형(金型)도 직접 제작했다.

요즘은 여성들의 가슴 성형에 이용되는 물질로 부작용이 큰 실리콘을 대체하기 위해 지방세포 분리배양법을 개발 중이다. 그동안 각종 발명에 들어간 돈만 수십억원 수준. 돈을 벌어 발명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발명이 취미예요. 골방에 처박혀 하루 종일 발명에만 매달리는 게 제 소원입니다.”

이 박사가 발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동차 때문. 자동차광인 그는 대학시절부터 열효율과 안전성을 높이는 차를 만드는 게 꿈이었고, 지금도 그 꿈을 접지 않고 있다.

주말 부부인 그의 전북 군산 집엔 로터리엔진 장착 차량 3대가 분해돼 있다. 피스톤엔진보다 열효율이 훨씬 뛰어난 로터리엔진을 개량하기 위해서다. 모니터를 이용한 자동차 전후방 감시시스템 등 자동차로 받은 특허도 여럿 있다.

그의 수첩엔 수백 가지의 발명 아이디어가 빼곡히 적혀 있다. 인공지능 운전 시스템, 도로형 발전기(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이용한 발전기), 편리하고 안전한 유아 요람기…. 의사인지 발명가인지 헷갈릴 정도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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