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특감’ 책임지는 사람 없나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25분


KBS에 대한 감사원의 특감 결과가 발표된 직후 KBS는 “특감에서 지적된 내용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신료를 받아 흥청거렸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KBS가 그런 정도로 넘어가려 해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고 본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구축해 왔으며, 내부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부터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이런 문제점들은 특감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와 자료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KBS의 대응방식은 외부 눈총을 의식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미온적이다.

국민이 거둬준 수백억원의 수신료와 공공 전파를 낭비했으면 KBS 내에서 누군가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KBS가 내부 문책에 대한 한마디 언급 없이 ‘KBS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는 막연한 말을 반복하는 것은 오만한 자세로 비칠 수 있다. 이런 현실인식이라면 KBS의 방만한 경영이 제대로 개선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감사원에서 지적된 사항은 상당 부분 KBS의 현 경영진이 취임하기 이전의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방만한 조직 관리 등에서는 현 경영진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내부 징계조치가 따르지 않는다면 공영방송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KBS가 떨어진 위상을 바로 세우려면 자기반성과 함께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조직임을 국민 앞에 보여주어야 한다. KBS가 지난주 발표한 ‘감사결과에 대한 KBS의 입장’에는 그 흔한 ‘대(對)국민 사과’ 한마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고도 ‘국민의 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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