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고려시대 길 있다”

  • 입력 2004년 5월 3일 14시 36분


최근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길이 고려시대 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종현 한양대 교수(도시공학·서울시 문화재위원)는 3일 종로구 운니동~익선동~돈의동을 잇는 골목길이 고려시대 옛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익선동 165 일대 9400여평에 14층짜리 아파트와 호텔 오피스텔 건물 7,8개 동을 건립하는 등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익선동 골목길은 피맛길(조선시대 평민들이 말을 타고 행차하는 벼슬아치들을 피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 왼편의 골목길. 길이 좌우로 휘어져 있고 폭도 좁았다 넓어지는 등 제각각이다. 지금은 복개공사로 덮여있지만 하수구가 하천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시대 당시 이 하천을 따라 길이 나고 민가가 들어서 있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

"고려시대 옛길은 이러 저리 휘어져 있으면서도 대로변으로 나가는 샛길이 이어져 있었다. 직선인 피맛길과 비교해 보면 이 길이 최소한 600년 이상 된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고려시대 길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최 교수는 △교동초등학교 자리에 고려의 교육기관인 향교가 있었고 △이곳이 고려 때 남경(南京) 혹은 한양부(漢陽府)의 중심지였으며 △조광조 등 한양 조씨의 발원지라는 점에서 익선동 길을 고려시대의 길로 해석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익선동을 재개발하면서 현재 2, 3m인 피맛길 폭을 6m 정도로 넓히고 좌우측에 5층 이하 저층 건물을 세워 1층에 음식점을 유치할 예정"이라며 피맛길을 제외한 나머지 골목길은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청진동 일대에 대형건물 공사가 진행되면서 피맛길의 역사는 사라졌으며 익선동 역시 모텔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면서 옛길 일부가 사라진 상태"라며 "개발은 하되 옛길의 흔적을 살려 '도심 속 옛 주거지'로 꾸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문화재 관계자도 "서울에 옛 건물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조선시대 도성도에 옛길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익선동처럼 수 백 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도심 옛길은 사적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길까지 보존하라는 것은 개발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지역 주민의 개발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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