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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8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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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장경은 11세기 후반 고려 문종 때 대각국사 의천이 대장경 제작시 누락된 중국 일본 티베트의 경전들을 모아 간행한 것. 그러나 4000여권에 이르는 목록(교장총록·敎藏總錄)만 있으며 현존본이 희귀해 속장경 발간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조선시대 세조가 간경도감을 설치해 당시 남아 있던 속장경을 다시 간행했으나 그 역시 현존본이 드문 처지다.
불교계는 이번 발견으로 고려 때 속장경 간행이 비교적 큰 규모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속장경 중 ‘인왕호국반야경소법형초(仁王護國般若經疏法衡抄)’에는 금산사(전북 김제시)가 속장경의 제작을 지원했다는 소현(韶顯) 스님의 후기가 담겨 있어 당시 속장경 간행이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속장경은 하마터면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 천왕문 수리 과정에 장애가 되는 사천왕상을 헐어버리려 했다가 이 사천왕상이 조선 초기의 양식이라는 견해에 따라 복장을 확인한 끝에 귀중한 유물을 건지게 됐다.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송일기 교수는 “대웅전 불상 안에서 희귀 유물이 나온 적은 많지만 사천왕상에서 나온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이번 속장경의 발견으로 송광사 사천왕상이 15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사실도 밝혀져 현재 제작 연대가 알려진 사천왕상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는 전남 장흥군 보림사 사천왕상이 16세기 초(1515년)에 만들어져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송광사는 22, 23일 이번에 발견된 속장경의 의미와 내용을 규명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상태가 좋은 일부 속장경을 공개키로 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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